[월드투데이] 美 창조적 일자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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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금부터 9년 전 기업·노동·정부·학계의 전문가들이 워싱턴에서 모여 경각심을 일깨우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일본과 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저임금 근로자들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른바 '대통령 산업경쟁력 위원회'로 이름 붙여진 전문가그룹은 "미국의 근로자들은 항상 최고였으며,전 세계적으로 가장 창의적으로 일해 왔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근로자를 육성하는 것만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권고도 빼놓지 않았다.
보호주의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육성만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당시 위원회의 권고는 80∼90년대 미국이 추구한 노동정책이었다.
덕분에 이 기간 중 3천5백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으며,장기간에 걸친 경제 성장도 달성할 수 있었다.
정보기술(IT) 분야 등을 비롯해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는 평균 임금도 다른 직종보다 75% 높았다.
화이트칼라 기술직의 해외 아웃소싱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대통령 산업경쟁력 위원회의 권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이 아니라 인도 러시아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게 그때와 다르다.
이들 국가는 근로자들의 교육 수준도 높을 뿐 아니라,R&D에도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최근 IT투자가 매년 15% 이상씩 급증했다.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은 이제 선진국의 일자리를 하나 둘씩 차지하고 있다.
개도국 근로자들은 미국인들이 가졌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열심히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울분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미국 내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하느님이 '미국인들만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적은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스스로를 '창의적' '생산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일반인들의 관심이 휴렛팩커드(HP)처럼 해외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 기업에 쏠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대통령 후보들과 노동조합,국회의원 등 대부분은 일자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펼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경에 높은 담장을 쌓는다고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보호주의는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게 될 뿐이다.
보호주의는 일자리 창출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차세대 산업과 기술력에 관심을 쏟는 일이야말로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해법이다.
바이오산업,나노기술,디지털 미디어,IT 정보보안 등에 국가의 힘을 집중시키면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과 함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년 전 미국의 8대 IT기업들이 '컴퓨터 시스템 정책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싱크탱크를 구성,8백억달러의 자금으로 R&D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의 노력이었다.
전세계 1백78개국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HP가 아직도 미국에 본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를 수혈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만여명에 달하는 미국 내 HP 종업원들은 세계 어느 나라 근로자들보다 혁신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만약 우리가 보호주의를 선택한다면 미국의 경쟁력은 사라질 것이며,미국의 창의적 근로자들을 잃게 될 게 분명하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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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이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에 기고한 'Be Creative,Not Protectionist'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