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국립묘지 장군급 묘역의 봉분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립묘지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네티즌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국가원수로 한정된 기존의 봉분 허용 대상자에 국가유공자, 애국지사,장관급 장교(장군)를 포함시키도록 국립묘지령 7조2항을 고쳐 지난 4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장군들이 국립묘지에 묻힐 경우 생전에 별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특혜를 누려왔는데 그것도 모자라 봉분까지 허용하는 것은 시대역행적 처사라고비난하는 글들이 국방부 홈페이지에 쏟아지고 있다. 대령급 이하 군인들이 살신성신해 무공훈장을 받더라도 예외없이 화장돼 1평짜리 묘역에 묻히는데 반해 장군급들은 시신 그대로 매장되고 묘역 넓이도 8평에 달하는 상황에서 봉분까지 합법화한다면 중세 계급사회의 부활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시체를 화장하는 쪽으로 장묘문화가 급격히 바뀌는 시대적 흐름에비춰 장군급 묘역에 봉분을 허용할 경우 시체안장 관습을 부추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그 동안 편법으로 이뤄진 장성 묘역의 봉분을 합법화하려는 국방부의조치는 국립묘지를 특정 집단만을 위한 사설묘지로 둔갑시키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장군급 묘역이 과도하게 넓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3년 6월 현재 국립묘지의 안장능력 13만968위 가운데 8평짜리 묘는 6천3위(4.6%)인데 반해 면적비율은 무려 29.3%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2087년까지 장군급 시신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관급 이하 군인 및 전사자, 전상군경, 공상군경, 무공수훈자 등 12만4천965명의 서울 동작동 묘역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대전 묘역도 조만간 여유공간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군들의 시체 안장과 봉분은 지난 79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5공화국의 잔재라며 즉각적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1965년 국립묘지령이 제정될 당시만 해도 국가원수를 제외한 모든 국립묘지 안장대상자를 화장토록 했으나 전두환 군사정권이 철권통치를 하던 1983년 장군들도사후에 시체를 묻을 수 있도록 규정이 신설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 네티즌들은 또 장군들과 영관급 이하 군인들을 죽어서까지 차별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포토맥강변의 알링턴 국립묘지의 경우 74만평 규모의 묘역에참전용사와 국가유공자 등 25만명이 묻혀있으나 장군, 병사 모두 1인당 묘지면적이1.36평이고 봉분은 전혀 없다는 게 네티즌들의 전언이다. 베를린 서남쪽 첼렌도르프 공원묘지와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의 혁명영웅 묘지도생전에 국가에 대한 공헌도만 배려할 뿐 계급과 지위의 높낮이는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네티즌들은 시체안장과 묘지면적 등과 관련된 각종 특혜적 요소들을 제거하고장군급 묘역의 봉분 합법화 조치를 철회해야하며 군이 사자(死者)에 대해 스스로 추앙하거나 예우하는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보훈처가 국립묘지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 동안 장군급 묘역에 봉분이 만들어져온 관행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립묘지령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네티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봉분합법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164억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3만2천위를안치할 수 있는 규모의 납골당을 2005년까지 건립키로 하고 다음달 9일 착공식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