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막된 제2차 북핵 6자회담에서 각 국은기조연설문에서 지극히 원칙적인 선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보유 여부'와 '핵동결 대 상응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이번 회담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기조연설문 내용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작년 8월 1차 6자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미국의 '선 핵폐기' 요구에맞서 강경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힌 전례로볼 때 이번에도 본 회담전 '유연함'과는 달리 기조연설에서는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기조연설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고 그 후 양자 또는다자 토론과정에서 입장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각국이 기조연설문에 담은 내용을 추정해본다. ◇한국 = 이날 오전 8시30분 한-러 접촉을 끝으로 회담 개막전에 북한, 미국,일본, 중국, 러시아와 양자접촉을 가진 한국은 그간 준비해온 ▲모든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폐기로의 단기간내 이행 ▲핵사찰 허용을 포함하는 '핵동결'과 이에따른'보상조치'를 골자로 한 3단계 방안을 기조연설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소지인 'HEU 보유' 문제는 원칙적인 선에서 언급하고 가급적 쟁점화를피한다는 전략이다. 3단계 방안은 1차회담시 제시했던 '말 대 말' 선언인 북한의 핵포기 선언과 미국의 안전보장 용의표명 교환(1단계), 핵폐기와 검증, 그리고 그에 대한 조율된 조치(2단계), 핵폐기 완료후의 미-북 국교정상화 등 그밖의 문제 해결(3단계) 방식으로 우리측은 단계별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특히 '핵동결'은 적어도 그 대상과 범위가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을 포함해야 하고 핵사찰을 전제해야 하며 그 이행의 기간은 최단기간이어야 한다는 3가지조건이 확보돼야 하며 대북 안전보장은 핵폐기의 진전단계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제공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회담을 정례화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워킹그룹 회의 신설도 기조연설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 미국 = 미국은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으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CVID) 핵 폐기'를 뼈대로 HEU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24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북한은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이 제공한 기술에 의거, 생산규모의고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대북 공세의 끈을늦추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측에 HEU 문제와 관련, 리비아식 '고백'을 할 것을 촉구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보상조치'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으로 볼때 기조연설문에서 '핵동결 대 보상조치'는 언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 북한 = HEU 문제에 대해 언급할 지, 언급한다면 농도는 어떤 수준으로 할 지가 관심이다. 북한이 기조연설에서부터 HEU 문제를 강하게 치고 나올 경우 곧바로 미국과의마찰로 이어져 회담이 공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HEU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본 회의장에서의 논의의 폭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24일 밤 남북접촉에서 HEU 문제와 관련, "계획자체도 없었다"는 일방적인 부인보다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작년 8월 1차회담에서 제시한 4단계 해결 방안을 큰 그림으로 제시하면서 일괄타결.동시행동의 조건에서 첫단계 조치로 '동결 대 보상'이라는 기존 주장을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 중국의 기조연설문은 기존 주장인 '한반도 비핵화와 안전보장에 대한공동인식'을 대전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6자회담의 지속'이 골자가 될 것으로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HEU 핵 계획 보유'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만큼 가급적 이를언급하지 않겠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적인 선에서 "HEU는 인정할 수 없다"는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 일본 = 한국ㆍ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온 일본은 북한의 'HEU 핵계획 보유'를불인정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되 '핵동결 대 보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납치 문제를 쟁점화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 러시아 = 1차회담에 비해 역할이 축소된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인식을바탕으로 공동성명 또는 실무 워킹그룹 구성해 6자회담을 지속시키자는 원칙론을 펼개연성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팀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