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이다.''고객은 황제다.' 기업에서 고객만족 경영이나 서비스 교육을 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말도 있고 '고객은 하늘이다'라는 표현도 있다. 서비스산업의 역사가 일천하고 서비스문화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개념이 도입되면서 서비스 수준 향상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비스문화가 성숙되려면 쌍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위를 보면 유난히 서비스를 잘 받는 사람이 있다. 서비스를 잘 하는 것도 기술이지만 서비스를 잘 받는 것도 기술이다. 친구 중에 L사장이 있는데 얼굴표정도 항상 싱글벙글인데다 칭찬과 덕담을 잘 하는 특징이 있다. L사장은 골프장에 가든 식당에 가든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당연히 서비스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당신 덕분에 우리까지 서비스를 잘 받았으니 고마워!' 이런 사람이 있으면 동반자들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 L사장은 골프장에 가면 꼭 캐디의 명찰을 확인한다. '김○○씨,반갑습니다.잘 부탁합니다.' 이렇게 인사한 후에는 라운드도중 캐디를 부를 때마다 또박또박 이름을 부른다. 인코스를 돌 때쯤 되면 아주 분위기가 좋아져 '○○씨'하고 불러 미소를 띠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나라 골프장에 가면 캐디를 부를 때 이상하게도 '언니'라는 호칭을 쓴다. 40∼50대 장년들이 20대 캐디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는 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명찰까지 달았는데 상대방을 예우하려면 이름을 부르는 게 좋을 것이다. 언니라는 호칭보다 더 끔찍한 것이 함부로 반말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이'나 '야'라는 표현을 하는 골퍼들도 있다. 서비스하는 사람의 기분을 망쳐놓고서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것은 모순이고 지나친 욕심이다. 요즘 일류 기업들은 직원들의 호칭을 바꾸고 있다. '종업원'(Employee) 대신 '동료'(Associate)로 표현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말단 직원''말단 공무원'이라는 표현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선 직원''일선 근무자'로 부른다. 일류 골프장은 골프장과 고객이 함께 만들어갈 때 가능해진다. 권위주의적 사회는 일방통행을 좋아하고 열린 사회는 쌍방향을 좋아한다. 서비스 잘 하기 경쟁과 함께 서비스 잘 받기 경쟁을 펼쳐본다면 유쾌·통쾌·상쾌한 골프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