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면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자본 창업시장이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불황 중에도 여전히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있게 마련이다. 불황기 소자본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보편성과 차별성의 적절한 혼합'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디어나 특이성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아직도 시장환경이 불안하다"며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 아이템에 경쟁력을 보태줄 수 있는 차별성을 가미하는 것이 성공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불황기에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장사 전략들을 소개한다. ◆ 멀티화ㆍ복합화가 키워드다 일반적으로 호황기에는 업종 세분화가, 불황기에는 점포 복합화 경향이 강하다. 불황기에는 한 가지 아이템에 의존하는 것보다 수익 원천을 다각화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 따라서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복수 아이템을 동시에 취급함으로써 추가 이익을 노리는 점포 복합화 경향이 불황기에 강하다. 커피ㆍ허브 복합점, 돈가스ㆍ우동ㆍ초밥 복합점, 피자ㆍ아이스크림 복합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템을 복합하는 것 외에 영업 형태의 분화도 좋은 방법이다. 저녁 장사가 주력인 삼겹살 전문점의 경우 점심시간은 다소 한가한 편이다. 이에 따라 점심시간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중저가의 샤브샤브 같은 점심 메뉴를 개발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 검약 트렌드에 맞는 업종을 선택 IMF 외환위기 후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근검ㆍ절약 풍조이다. 이같은 경향은 소자본 창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머니가 얄팍해진 소비자들이 값싸고 쓸만한 재활용품에 눈길을 돌리면서 리사이클링(recycling) 사업이 뜨고 있다. 리사이클링 사업은 불경기에 가장 호황을 누리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잉크충전방, 기저귀 세탁 대여업, 욕실코팅업, 자동차 외장관리업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주의할 점은 최근의 절약 스타일이 옛날의 구두쇠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는 대신 필요한 곳에선 오히려 고품격 소비를 지향하고, 재활용품이라 할지라도 질을 세심히 따지는 합리적 소비 성향을 보인다. ◆ 생활편의업이 강세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생활밀착형 편의사업이 활황을 맞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사 일을 대신해줌으로써 시간을 절약해 주기 때문. 게다가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생활편의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생활편의형 사업은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반찬전문점에서 아침식사 배달업, 아기기저귀 세탁업까지 등장했다. 이와 같은 업종은 생활필수품을 주력 상품으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생활밀착형 편의 사업을 운영하는데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바로 고객 관리다. 서비스의 성격상 한번 확보한 소비자의 로열티가 높기 때문에 단골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서민형 외식업이 돈을 벌어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근로자들의 경우 외식비 비중이 1991년 23%에서 2001년 43%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 및 독신자 증가가 외식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식업 판도도 변하고 있다. 외국계 패스트푸드 대신 우리 전통음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곰장어 전문점, 카페테리아형 분식전문점, 통영굴밥 전문점, 병천순대 전문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맨손창업 활기를 띤다 맨손창업은 2천만원 이하의 소액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무점포형 사업을 말한다. 위험부담이 적어 자금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와 가정주부 및 직장인들의 부업거리로 꼽힌다. 자판기 사업은 대표적 실폐사례다. 자판기는 수많은 종류가 쏟아졌지만 커피 자판기를 비롯한 몇몇 자판기를 제외하고는 성공한게 거의 없다. ◆ 창업시장에도 자연주의 바람 분다 환경오염에 따른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반발한 자연주의 바람이 창업시장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자연친화형 사업 아이템은 외식업에서 무점포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생활에 밀접한 음식과 화장품의 경우 이런 경향이 강하다. 해초비빔밥 전문점, 아로마 보디용품 전문점, 향기 관리업 등이 구체적인 사례로 꼽힌다. ◆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불황기에는 대중성이 있는 업종을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아이디어가 좋다 해도 보편성이 부족한 업종을 고르다 보면 실패할 확률이 크고 남과 똑같은 전략으로 장사하다 보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차별성을 갖춘 새로운 분야로는 여성우대 맥주전문점이나 카페풍 생고기 전문점을 꼽을 수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