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아는 기자들은 그의 '선(禪)문답'을 잊지 못한다. 과거 금융감독위원장 시절,알 듯 모를 듯한 대답으로 시장에 자신의 의도를 전하고 시장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부총리는 확실히 달라져 있는 듯하다. 그는 개각 발표 직전인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몰려온 기자들을 자택 헬스센터 바닥에 앉혀놓고 "요새같은 경제 여건에서 (부총리)하고 싶겠나"라며 입각 요청을 고사했던 속내를 토로했었다. 취임 후에도 줄곧 직설적인 메시지들을 쏟아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성장률이) 5%도 힘들다" "금융시장은 어린애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창업형 기업가가 살아나야 한다.이들에게는 5년간 세부담을 안느끼게 해주겠다" "임시직이라도 늘려 실업문제에 대처하겠다" 등. 그러나 유독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선 '알 듯 모를 듯'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첫 기자간담회에선 "투기 세력을 잡아야 하지만 투기 세력만 상대해야지 지나치게 광범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면 부작용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존에 세워놓았던 정책(종합부동산세제 등)을 손질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곧 "기존에 내놓은 정책은 시장 혼란이 없도록 그대로 간다"고 번복 가능성을 부인했다. 앞 뒤가 다른 이런 선문답은 계속되고 있다. "기왕에 시행했던 정책은 차질없이 진행해서 투기를 진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세제 문제는 별도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18일 국회 답변) "기존 정책들은 바꾸지 않겠다" "그러나 주택 시장은 기본적으로 공급 능력을 높여 수요와 균형을 맞추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옳다"(20일 정례 브리핑) 부총리 멘트가 이러니 밑에서도 오락가락이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도 지난 22일 정부의 부동산세제 개편안 지속 추진여부를 묻는 질문에 "기존 방침에서 변한 게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이 부총리는 청와대와 여론의 의중을 떠보지 말고 자신의 의도와 향후 정책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