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햇동안 국민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은 투자 및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로 급격히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도 확대됐다. 지난해 경기 불황의 한파는 중소ㆍ내수기업과 중산ㆍ서민층을 집중 강타하면서 어렵사리 버텨가던 상당수 기업과 가계를 '부도'와 '파산'의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 ◆ 내수는 '꽁꽁', 수출만 '활활' 지난해 국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데 가장 많이 쓰인 말은 '양극화'였다. 수출 경기와 내수 경기의 괴리가 그 정점에 서 있다.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가 초래한 신용 경색과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및 금융 불안은 내수 경기 급랭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그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기 위해 무차별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고(高)환율을 유지, 그 덕분에 지난해 수출은 한해 전보다 무려 20%(1천6백15억달러→1천9백38억달러)나 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출 확대→투자 활성화→내수 회복→경기 호전'의 연결고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내수 의존형 기업의 시름과 경영난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 확산되는 제조업 공동화 노무현 정부가 표방한 '동북아 경제중심'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기업들의 탈(脫)한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지난해 해외투자 규모는 6억달러(2003년 1∼9월 기준)로 처음으로 대기업 투자액(3억8천만달러)을 넘어섰다. 또 전체 기업의 해외투자액 10억3천만달러 가운데 70%(7억6천만달러)가 중국에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고비용ㆍ저효율구조'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중국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수도권 입지 규제가 본디 목적인 인구ㆍ산업 분산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부족만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북아 경제 중심'에 앞서 해결해야 할 화급한 숙제다. ◆ 외국인에게 점령당한 금융ㆍ자본시장 노무현 정부는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경쟁력 제고'를 경제 운용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지만 카드채 위기 등으로 인해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영권이 외국계로 넘어간 몇몇 은행들은 '시장 안정'에 앞서 '자사 이익'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高)배당을 요구하며 우량기업의 과실을 챙기는가 하면 SK㈜ 경우처럼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