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롤스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1천1백50원선마저 무너질 것으로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급반전,지난 19일이후 사흘동안(거래일 기준) 28원이나 치솟으며 단숨에 1천1백80원 고지에 육박했다.


특히 23일엔 하룻동안 12원이나 상승,달러 매도(환율하락)에 베팅했던 외환딜러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매수주문을 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일부에서는 더 늦기전에 달러를 사두려는 가수요까지 일어났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역외에서 본격 달러 매수세가 들어올 경우 환율이 더 오를 여지가 있지만 수출업체들의 환전수요나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을 감안할 때 오름세가 장기간 계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기치 못한 환율 급등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외환시장에는 '달러 약세(원화 환율 하락세) 기조'가 완연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이후 6일 연속 하락하며 1천1백50원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듯했다.


게다가 정부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규제 완화 조치까지 발표돼 외환시장에는 온통 '달러 매도' 주문만 가득했다.


외환 당국마저 손을 놓을 경우 환율 내림세는 당분간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한순간에 뒤집어졌다.


유로화 강세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전세계적으로 더 이상 달러를 팔기 어렵다는 인식이 형성된 데다 일본의 테러 경계령 강화 소식까지 겹치면서 엔·달러 환율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백7엔대에서 1백9엔대로 2엔가량 치솟아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천1백85원대까지 오르는 단초를 제공했다.


◆환율 급등의 명암


외환딜러들은 지난 주말 내내 가슴을 졸였다.


엔화 환율 급등세로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매도초과 포지션'(달러 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은 상태)을 들고 있는 딜러들은 큰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날 개장하자마자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첫 거래부터 지난 주말보다 13원가량 오른 1천1백80원에 체결됐다.


갑작스러운 환율 상승은 국내외 딜러들의 '쇼트 커버링(손실 만회용 매수 주문)'을 촉발,환율 오름폭이 확대됐다.


달러 매도에만 치중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손절매성 달러 매수 주문을 쏟아낸 것이다.


'환율 상승→쇼트 커버링→환율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형성됐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지난 주말 추가 달러 매도세에 나섰던 딜러들은 환율 폭등으로 아마 대부분 '전사(戰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딜러들의 환차손이 커지면서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진우 농협선물 리서치팀장은 "그 동안 시장 개입으로 과도하게 몸집이 커진 외환보유액을 조절하는 차원에서라도 보유 달러를 적절히 시장에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나친 시장 개입의 후유증으로 환율 하락을 우려했던 재정경제부는 이날 완전히 불안감에서 벗어났다.


시중은행 딜러는 "그 동안 무리하게 시장 개입에 나섰던 재경부가 결과적으로 억세게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어디로 튈까


예상 밖의 환율 급등으로 향후 환율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엔화 약세 추세에 정부의 시장 개입까지 가세할 경우 당분간 환율이 고공 행진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아직은 추세적인 하락을 점치는 견해가 우세하다.


국내 은행 딜러는 "외환시장은 여전히 달러 공급 우위 상태이므로 환율이 앞으로 추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그러나 환율이 1천1백70원대 후반으로 내려갈 경우 외환 당국의 개입이 예상돼 당분간 1천1백8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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