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투자자들이 올 1월 중 순매수한 일본 주식 규모가 지난 96년 4월 이후 월간 기준으론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외국인투자자들의 1월 중 매매동향에 따르면 유럽계의 순매수액은 6천77억엔으로 한달 전인 2003년 12월에 비해 2.3배나 늘어났다. 유럽계 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은 같은 기간 동안 4천억엔에 그친 미국계 순매수 규모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유럽계 자금이 일본 증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유럽계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선 것은 엔고(高)에 따른 투자수익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국내총생산(GDP), 설비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청신호가 잇따르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정 지역 주식에 치중하기보다 위험 분산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도 일본 주식에 대한 유럽계의 관심을 북돋운 배경이 됐다. 유럽계 투자자들은 내수와 수출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는 디지털 제품 관련 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도이치증권의 한 전문가는 "유럽계는 디지털 제품들이 지난해말 대목에서도 상당한 재미를 본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혀 일본의 경기 회복을 선도하는 디지털 관련 주식이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고 있음을 시사했다. 크레디 아그리콜 엥도수에즈 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주식 투자는 엔고에 따른 수익 효과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라며 "엔화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 매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럽계 투자자들은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일본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고수하면서 매수보다 매도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럽계에 이어 미국 동남아시아 및 기타 지역 모두가 지난 1월 중 일본 주식에 대해 매수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 대상이 내수관련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올2월은 1월과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