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서 투기자금ㆍ핫머니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투기자금을 사전에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주무 부서 간에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이후 한국은행은 줄곧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가운데 투기자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 근거로 △풍부해진 국제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투자 자금의 증가 △미국과 아시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을 들고 있다.


반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상당 규모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 성격이 짙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투자자금에 대한 위험 회피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을 증거로 꼽고 있다.


증권가를 비롯한 재테크 시장에서도 투기자금에 대한 우려감은 높아지는 추세다.


어떤 편에 손을 들어 줘야 하나.


일반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투기자금이냐, 투자자금이냐'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


하나는 투자운용 기간이다.


투자기간이 1년 미만일 때는 투기자금, 1년 이상일 때는 투자자금으로 분류한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에게 익숙했던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 원금 대비 총 투자 가능 금액 비율인 레버리지(leverage)가 5배 이내일 때는 투자자금, 그 이상일 때는 투기자금으로 본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후자의 개념이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문제는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갈수록 투기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5배 이내로 떨어졌던 헤지펀드의 레버리지는 이제는 10배 이상 높아지고 있다.


다른 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도 종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투자 대상과의 관계도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이후 대내외 증시에서 최대 재료로 부각되고 있는 인수ㆍ합병(M&A)도 경영권 취득을 목적으로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를 분류하는 추세가 무너지고 있는 상태다.


결국 금융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속성상 투기와 투자자금 구별은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금융 수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떠나간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다.


따라서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성격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사실상 커다란 의미가 없다.


오히려 투자자와 국민들에게는 우리 증시의 안정을 책임져야 할 두 주무 부서가 이런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앞으로 정책 당국은 이미 들어왔거나 신규로 들어올 외국인 자금들의 성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투기자금'이라는 인식 아래 대책과 투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테크 생활자들도 언제든지 외국인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98년 3월중 국내에 들어온 4조9천억원의 외국인 자금은 원화 환율이 2천원대에서 1천3백원대로 떨어지자 일시에 빠져 나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에서 280선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최근처럼 원ㆍ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갈수록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들이 빠져 나갈 유인이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유념해 재테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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