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이 창궐하고 희생자도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류독감 권위자인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20일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에 대한 백신균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류독감 백신 개발이 가시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개발에 착수한 서 교수는 최근 H5N1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8개 유전자 가운데 H5 타입의 HA 유전자를 추출,고병원성을 제거해 이 유전자가 약독화(弱毒化)한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HA 유전자를 대신토록 한 뒤 인체 세포에 접종,재조합함으로써 백신균주를 만들어냈다. 이 백신균주를 접종하고 2주가량이 지나면 항체가 만들어져 H5 타입 유전자를 지닌 슈퍼독감 바이러스가 침입하더라도 H5 타입 유전자가 체내 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해 바이러스를 퇴치하게 된다. 서 교수는 이 백신균주를 갖고 다음달 8일부터 한 달 반 동안 원숭이 실험을 실시,면역 효율성과 안전성 등을 검증한 뒤 인체 테스트에 들어갈 계획이며 이르면 오는 6월쯤 백신 개발이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백신은 인체뿐만 아니라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가금류 적용의 경우 이르면 4월 중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 교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와 재조합할 경우 슈퍼독감으로 발전할 수 있고 출현 1년 뒤 유행하는 신종 바이러스의 활동주기로 볼 때 올 겨울 조류독감에 따른 슈퍼독감이 창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이어 "만일 슈퍼독감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할 경우 설사 다른 선진국에서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초기 생산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우리나라에 지원해줄 것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런 정황에 비추어 우리 독자기술로 백신 개발에 근접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