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은행차입비중 59% .. 자본시장 자금조달기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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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나 회사채 시장의 하부구조가 취약해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한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도 채권이나 주식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은행(간접금융)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20일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발전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국내 금융체제를 시장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지난 99년 대우그룹 부도 사태가 터지면서 직접금융시장의 기능이 현저히 위축돼 최근에는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외부자금 조달액 가운데 직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 37.3%에서 △99년 46.8% △2001년 74.5% 등으로 높아지다 2002년에는 26.6%로 급락했다.
반면 지난 97년 36.7%였던 은행 차입 비중은 2002년에는 59.0%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시장중심으로 나아가려던 국내 금융시스템이 은행 중심으로 되돌아왔다는 뜻이다.
금융경제연구원은 "한국이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고급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을 육성하려면 시장중심의 금융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선진국형 시스템을 직접 도입하는 것보다 시장 하부구조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시장 금융시스템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투자은행 신용평가회사 외부감사기관 대형사적연금 등 시장중심 금융시스템을 이끌 '하드웨어'를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제도 확충 △회계 투명성 제고 △공시제도 개선 등 '소프트웨어'측면의 제도 개선도 권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