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규제조치 이후 국내 채권과 연계된 '무위험 차익거래(아비트리지)'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버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NDF시장에 손을 대는 바람에 현ㆍ선물환 간 가격차가 지나치게 좁혀졌고 이로 인해 환위험 없이 국내외 채권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환투기를 막기 위해 취해진 NDF 규제조치가 오히려 외국인들의 투기심리를 자극한 셈이다.



◆ 갑자기 몰린 외국인 채권매수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NDF 규제조치를 발표한 다음날(1월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약 한달간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을 1조3천1백12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수 규모(1조1천5백12억원)보다 1천6백억원이나 많은 것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15일중 국내 채권을 74억원 순매도했다가 16일부터 갑자기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는 정부의 NDF 규제로 역외 원ㆍ달러 선물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데 드는 비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싼 이자로 달러를 조달해 한국에서 원화로 바꾼 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통화안정증권 등 국내 채권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땅짚고 헤엄친 외국인


외국인들이 이처럼 '누워서 떡먹기'식의 무위험 차익거래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선물환율과 현물환율 차이를 나타내는 스와프레이트(swap rate)가 평소보다 크게 낮아진데 있다.


NDF 규제로 역외 선물환율이 현물환율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와프레이트는 현ㆍ선물환율간 차이를 현물환율로 나눈 뒤 이를 연율(%)로 표시한 것이다.


스와프레이트(1년)는 NDF 규제조치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14일 2.48%에서 한 달 뒤인 이달 12일에는 1.40%로 떨어졌다.


이는 외국인들의 환 헤지비용이 그만큼 줄었음을 의미한다.



◆ '무위험 고수익' 보장한 셈


일례로 외국인이 이달 12일에 달러를 해외에서 연 1.39%(리보 1년물 기준)로 빌린 뒤 한국에서 원화로 바꿔 연 4.43%짜리 통안채(1년물)를 매입하는 것과 동시에 헤지용으로 선물환(1년물)을 사놓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외국인이 국내 채권매입에 들어간 비용은 달러 조달금리 1.39%와 환 헤지용 스와프레이트 1.40%를 합친 2.79%인 반면 통안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4.43%에 달한다.


이런 방식의 거래를 맺는 순간 1.64%포인트의 차익이 아무 위험없이 그대로 굳어지는 셈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외환 스와프레이트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국인들의 차익거래성 채권투자는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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