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업계 1위 증권사다. 국제증권이 모태이며 IMF와 대우사태 때 급성장했다. 삼성이라고 하는 브랜드 가치가 더해지면서 1999년 한때 주가가 8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최근 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주가 추이를 보더라도 주가는 거의 제 자리에서만 맴돌고 있다. 삼성증권 주가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2000년 2천억원에 육박하던 순이익은 최근 1천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장기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이는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율이 대폭 낮아진 게 결정적 요인이다. 그렇지만 삼성증권은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증권사라는 데 전문가들은 모두 동의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 금융회사 중 하나이며 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났듯이 향후 증권업계가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1위 회사가 부각될 것이란 논리다. 삼성증권은 내부적으로 이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구조조정은 수익원 다변화다. 이 회사는 위탁매매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의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황영기 사장은 현재 전체 수입에서 50%가 넘는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의 비중을 향후 30%대로 낮춰 나갈 것이란 장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대신 M&A(인수·합병),IPO(기업공개),해외 주식 및 채권 발행 등을 주선함으로써 받게 되는 기업금융 부문의 수수료 수입을 늘릴 방침이다. 또 수익증권 랩어카운트 판매를 늘림으로써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삼성증권의 이러한 변화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 비중을 60%대에서 50%대로 낮췄으며 4개월 만에 랩어카운트를 1조원 가까이 판매했다. MMF(초단기 수익증권)를 은행과 연계시켜 입출금을 자유롭게 만든 신상품 SMA를 내놓음으로써 수익증권 시장에도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업계 구조조정에는 적극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표,불확실성을 제거했다. 쉽게 말해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난 뒤 상황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