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산지 증명을 수출업체 자율에 맡기는 내용으로 한ㆍ싱가포르 FTA 협상 초안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기업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한ㆍ싱가포르 FTA 체결로 중국과 동남아내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우회 수입이 증가할 경우에 대한 정부 대책이 뭐냐"고 말했다. 이미 의류 공예품 등 경공업 분야는 물론 전자산업 등의 분야에서까지 중국산 저가 제품에 '안방'을 내주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싱가포르산(産)'으로 둔갑한 제3국 제품이 한 푼의 관세도 안물고 밀려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중소기업들은 수출자가 자율적으로 원산지 증명에 나설 경우 표준화가 어렵고 향후 원산지 허위 작성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대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약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수출자 자율 발급제와 달리 기관 발급제는 정부의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사전 원산지 증명을 받는다는 점 외에도 신청 업체의 심리적 부담으로 원산지 증명에 대한 허위 작성 가능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규제완화 등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지만 싱가포르와의 FTA에서 만큼은 기관 발급제도를 관철시켰다"며 "허울 좋은 규제완화 명목 아래 중소기업들을 저가 우회 수출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칠레와의 FTA 체결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가의 입장을 반영하고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듯 싱가포르와의 협상에서는 중소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사전 청취해야 했다"고 지적, 향후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