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부로 특검보의 무거운 짐을 벗으려고 합니다. 저는 지난 1.6 노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특 검 사무실에 들어와 제게 맡겨진 소명을 다하고자 휴일과 설날 연휴도 반납하고 열 심히 수사를 했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은 썬앤문 관련 비리사건으로 주요 수사대상 중의 하나가 농협중 앙회 원효로지점에서 발생한 사기대출건에 대통령 측근이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여 부입니다. 이 대출건은 지난 대선을 전후한 2002년 12월 4일부터 2003년 3월 하순까지 3개 월이 넘는 기간 동안 37회에 걸쳐 115억 3천2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대출관련 규 정과 절차를 완전 무시한 불법대출이며 대출 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대출입니 다. 원효로지점의 대출담당자들은 주채무자의 자력을 확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연대보증인의 대출의사의 확인을 위한 자서나 인감증명서조차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출의 문제점을 밝히고 아울러 대출관련자의 혐의점을 파악하여 대통 령측근의 개입여부를 밟힐 계획하에 수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제 능력이 부 족하여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저는 수사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모양새를 위해서 허울뿐인 특검보직을 유지하 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며, 특검의 존재를 와해시키는 것이므로 양심상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특검보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파견검사등 수사 관련자들의 수사거부와 교묘한 수사방해로 인하여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1월20일경 관련기록 검토 를 완료하고 나서 파견검사에게 농협 임직원의 계좌추적과 수사계획서 작성을 지시 하였으나 파견검사는 "연관성이 없다, 지엽적인 문제이다"는 이유로 수사를 거부하 였고, 수사계획서조차 약 20일이 지난 2월9일경에서야 형식적을 제출하였습니다. 특검 활동이 시작된지 한달이 넘은 그때까지도 썬앤문 관련 비리의혹의 수사는 사실상 착수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파견 수사팀의 공조를 유지하고 팀워크를 깨뜨리지 않으려고 인내하면서 의견을 조율하였으나 이러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특별검사조차도 저의 수사팀의 수사계획 및 준비가 미진한 것이 염려되어 서면 으로 수사를 독려하는 특별지시까지 한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2월9일 이러한 상태로는 아무런 혐의점도 밝힐 수 없음은 물론이고 수사다 운 수사조차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특검에게 파견검사 취소를 요청하였으나 받아들 여지지 않았습니다. 파견 취소 요청 사실을 알게 된 파견검사는 역으로 특검에게 특검보의 인권을 무시한 폭력수사로 인하여 양심상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검에 복귀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견검사가 주장하는 폭력수사란 2월2일과 2월3일에 관련자를 소환조사하는 과 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2월2일 오전 10시부터 특별수사관이 농협 사기대출 담당자를 소환하여 조사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그날 저녁 8시경 너무도 화가 나서 순간적인 흥분을 참지 못하고 대출담당자의 발을 두 번 찬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대출담당자는 37회에 걸쳐 대출규정에 어긋난 대출을 일으킨 당사자임에도 이러한 모든 대출이 "업무착오로 일어난 일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저는 대출 담당자에게 한번도 아니고 무려 37번이나 업무착오로 대출을 해주었 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국민 모두가 이점에 대해서 의혹을 갖고 있어서 특검까지 오게 된 것이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였으나 대출 담당자는 또다시 업무착오 였다는 말을 반복하는 바람에 진실을 밝히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이런 행동을 하 였던 것입니다. 다음날인 2월3일에도 수사관들은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였으나 관련자들은 녹음 기처럼 반복진술을 거듭함에도 수사관들은 별다른 추궁없이 조서를 작성하기에 옆방 에서 쉬고 있는 수사관에게 수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뺨을 때리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사를 해야지 피의자의 변명을 들어주는 형식적인 조사만 하면 무슨 수사가 되겠느냐, 그리고 수사결과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 느냐, 소환전에 증거를 확보하고 진술의 의문점을 추궁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해 야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질책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나서 파견검사는 수사에 성의를 보이기는 커녕 특검보가 수사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수사관에게 폭력수사를 지시하였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대 검에 보고하는 한편, 수사독려 차원에서 특검보가 과장된 표현을 한 것을 트집잡아 관련 수사관을 불러 진술조서를 받는 등 증거확보에 주력하였습니다. 파견검사는 본 연의 특검수사보다는 특검보의 약점을 잡아내는 수사에 주력하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저는 특검으로부터 수사권을 박탈당하 여 더 이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2월13일 파견검사가 저의 약점을 트집잡아 수사를 거부함에 따라 고민을 하다가 저의 잘못은 특검이 종료된 후 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되는 문제이고, 우 선은 특검수사에 주력하는 것이 특검보의 임무라고 판단하여 특검에게 계획대로 수 사를 진행하겠다고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파견검사가 이 사건을 트집잡아 저와는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 고, 만약 특검보가 수사에 관여를 한다면 폭력수사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하니 특검 을 위해 수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종용하였고, 저는 강력하게 수사의지를 밝혔으나 결국 특검은 저의 수사권을 박탈하였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수사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모양새를 위해 제가 계속 특검팀에 남아 있는다면 제 개인적인 양심상의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앞으로 자칫하면 특검 수 사가 제 약점에 발목잡혀 제대로 된 수사활동을 진행할 수 없는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사유종시(事有終始)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비록 단 한번의 실수로 일을 그르쳐서 특검보의 임무를 완수 하지 못하고 중도에 떠나게 되었지만 제가 희생되어 특검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 할 수만 있다면 저는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할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