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한ㆍ칠레 FTA 비준투표 직전에 고건 국무총리를 통해 농민들의 상호금융 금리 인하를 추가 '카드'로 내놓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농업분야에 7년간 1조5천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것 외에 '추가 지원책은 있을 수 없다'던 다짐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1년4개월이 넘도록 표류해온 한ㆍ칠레 FTA 비준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농촌 퍼주기'라는 비난을 면키 힘든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는 양국간 FTA 국회비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민단체와 농촌출신 의원들의 반발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곶감 빼주듯 '추가 지원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정부는 당초 한ㆍ칠레 FTA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으로 직접적으로는 향후 7년간 1조원(지방비 2천억원 포함) 규모의 특별기금 조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FTA와 함께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추가 농산물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정책자금 금리인하를 중심으로 연간 예산 1천6백억원대의 부채 경감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그동안 비준 추진과정에서 FTA기금은 1조5천억원(지방비 3천억원)으로 늘었고, 부채 경감 대상에는 농업용 여부에 대해 과거 확인과정을 거쳤던 7조원대의 상호금융 대출과 2조원대의 경영개선자금(2조2천8백82억원) 이자 등도 포함되면서 지원예산이 5천77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여기에 나머지 19조원대의 상호금융중 2000년이후 새로 대출된 농업용 상호금융 7조원에 대해 연 8%의 금리를 5%로 깎아주기로 결정했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한ㆍ칠레 FTA가 통과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호금융자금 금리 보전에 쓰일 2천30억원은 올해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10년간 발생되는 농업부문 피해는 5천8백60억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추가된 부채대책을 포함, 올 한해 FTA 비준과 연계해 확보해야 하는 예산만 1조2천억원대에 달하게 됐다. 특히 상호금융의 경우는 농림부가 농민단체와 농촌출신 의원들의 요구를 받으면서도 버텨왔던 사항이어서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상호금융이 농협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하는 일반 개인대출로 시중은행의 일반 대출과 별 차이가 없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나 도시 빈민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업용이더라도 사후에 실제 용도를 점검하는 정책자금과는 달리 엄연한 개인용 대출로 완전한 파악이 불가능한 만큼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책당국자들의 시각이다. 한편 농림부는 칠레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국내 농산물을 보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산지 규정도 강화해 칠레를 통한 우회 수입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