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 =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난 90년대 주창한 경영전략론이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해 이기기보다는 경쟁이 없는 새 시장을 창출하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현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도구인 '전략캔버스'를 활용해 새 시장을 개척하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체계화했다. 산업 전략집단 구매자 집단 제품ㆍ서비스 제공 범위 기능ㆍ감성적 지향 시간 등 6개 부문에서 전략 초점을 바꾸면 '지속적인 고성장'이 가능한 새 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는게 골자다. ----------------------------------------------------------------- 한때 힘하게 항해했던 한국호의 엔진이 꺼져간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길도 잃었다. 태풍이 오기 전에 항구를 찾아야 할텐데 날은 벌써 저물어간다. 멀리선 다른 나라 배들이 부르는 만선(滿船)의 노래. 한국호는 어떻게 가야 하나. 아니, 어디로 가야 하나. 지난 반세기 국민들이 흘린 땀을 생각하면 정말 억울한 노릇이다. 직장인들은 새벽부터 한밤까지 일에 미쳐 살았다. 부모들은 자식 세대라도 잘 살아보라고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 결과가 실업자 82만5천명, 청년실업자 43만2천명의 '낙제' 성적표다. 그래도 희망만 있다면 참을 수 있다. 문제는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사실이다. 제조업 탈출은 계속되는데 외국자본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내수 경기가 추락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3백70만명의 신용불량자는 거품 붕괴의 뇌관 위에 있다. 지난 세기말 경제위기 때는 그래도 변명거리가 있었다. 펀더멘털(기초)은 튼튼한데 금융시스템이 문제라고 하면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초가 문제다. 우리가 걸려있는 덫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저성장의 덫'이다. 60,70년대를 돌이켜보자. 당시엔 비록 정부 주도이긴 했지만 중장기 발전 전략이 있었고 20년 동안 평균 8% 이상의 '성장 신화'를 일궈냈다. 이후 이어진 시행착오의 역사는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막을 내렸다. 지금 우리의 국가전략은 무엇인가. 2백개가 넘는 '로드맵'인가, 아니면 실현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동북아 중심'인가. 다행히 길이 있다. 뒤늦게 시작하더라도, 지금 비록 뒤처져 있다고 해도 단번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전략론이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가혁신 프로젝트'로 정해 이제 한국 사회에 알리려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일본을 따라잡고 대만과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경쟁 중심의 전략론에만 매달려온 한국은 가치혁신론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성공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고 싱가포르 정부와 아시아 주요 기업들도 이미 가치혁신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한국경제신문이 가치혁신 전파를 선언하고 나서지만 만시지탄(晩時之嘆)의 아쉬움이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늦지 않았다. 개인과 기업, 정부 등 사회 전부가 혁신 마인드로 무장하는 가치혁신 시대를 열면 우리는 다시 선진국의 꿈을 키워갈 수 있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