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풍경화' 수묵 세계 .. 송수남 화백 50년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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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로 일관해 온 남천(南天) 송수남 화백(66)의 화업 50년을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인 '우리 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전이 20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고교시절 그렸던 1954년도 작품부터 최근의 수묵화 대작에 이르기까지 대표작 60여점을 선보인다.
많은 한국화가가 수묵을 조형의 근본으로 삼고 있지만 남천만큼 수묵이라는 재료 자체가 지닌 심미적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이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한 작가도 드물다.
남천은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다.
군 복무 후 4학년에 복학하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고향(전주) 산천과 정서를 표현하는 데 서양화가 과연 적합한가"라는 회의를 품고 한국화로 바꿨다고 한다.
초기 추상표현주의와 관념적 채색산수를 거친 남천은 75년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에서의 전시를 계기로 순수 수묵의 세계로 회귀했다.
"서구미술과 만나보니 색채가 지닌 한계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한국적인 독창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수묵은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80년대부터 후배 제자들과 함께 '수묵운동'을 주도한 것도 수묵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됐다.
90년대부터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무제''붓의 놀림'시리즈는 먹을 가로 세로로 그은 'ㅡ'자만 가득한 화면이다.
석기시대 토기에 나타나는 빗살무늬 문양과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형태가 없다.
농담(濃淡)의 차이만 있을 뿐 색도 없다.
"한일(ㅡ)자만 쭉쭉 긋는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
곧게 살자는 의미이기도 하죠."
한마디로 그의 수묵화는 '무엇을 보여주려는 그림'이 아니다.
반복이 가져다주는 무념무상의 세계,순수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의 평론가 나카하라 유스케는 그의 수묵세계에 대해 "내면을 향한 깊이를 탐구하는 '정신적인 풍경화'라고 평한다.
3월14일까지.(02)720-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