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화랑협회가 김태수 회장(대구 맥향화랑 대표)의 중도 퇴진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화랑 대표들은 지난 10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협회 정기총회에서 김 회장이 '회장으로서 일을 수행하기에는 부적격자'라는 이유로 해임안을 상정하려 했으나 김 회장을 지지하는 일부 중소 화랑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해임안에는 대부분의 메이저 화랑들을 비롯해 그동안 화랑협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40여개 화랑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원사들이 협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경우는 협회 창립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해임안이 무산되자 총무·사업·국제이사와 감사 등 일부 임원들이 "김 회장과는 일을 더 같이 하고 싶지 않다"며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 회장측은 이에 맞서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현 임원들에 대한 일괄 사퇴서를 받은 후 '친정 체제'를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랑협회가 이처럼 극한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은 김 회장이 협회 운영을 이사회 심의도 안 거치고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회장으로서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게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화랑들의 지적이다. 한 화랑 관계자는 "김 회장은 지난해 대구아트엑스포 행사를 주관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데다 지난해 11월 미술품 양도세법이 국회 재무위에서 통과됐을 때도 양도세 시행이 미술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전혀 몰라 많은 화랑들로부터 신임을 잃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화랑들은 우선 대화를 통해 김 회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임시총회를 소집,표대결을 통해서라도 회장 교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화랑협회는 김 회장의 퇴진문제를 둘러싸고 화랑들이 양분됨에 따라 오는 6월 협회가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인 제3회 서울국제아트페어의 조직위원장을 결정하지도 못하는 등 업무 마비상태를 빚고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