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정상에 헬리콥터로 카레가루를 뿌려 색깔을 바꿔놓겠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카레 회사 S&B의 나카다 사장은 업계의 경쟁격화로 경영난에 봉착하자 주요 신문에 이런 광고를 실었다. 일본 열도는 즉각 들끓었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의 만년설을 더럽히다니…. 그러자 나카다 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시민단체와 여론이 연일 S&B를 성토하는 동안 회사 명성은 높아만 갔기 때문이다. S&B가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며 태도를 바꾸자 회사는 또다시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애초에 카레살포계획은 없었다. 중국의 병법 전략서 '36계'의 제6계인 '성동격서(聲東擊西)'를 이용한 것일 뿐…. '기발한 발상으로 부자된 36계형 인간'(이순창 장수철 지음, 제우스, 1만2천원)은 이처럼 '손자병법'과 함께 중국 최고의 전략서로 꼽히는 '36계'의 지략을 활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독과점 금지법을 역이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ㆍ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에 해당하고, 고객들을 기념식수에 동원해 공짜로 정원을 마련한 도쿄의 한 호텔은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ㆍ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의 사례다. 36계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2∼3편의 일화가 실려 있어 흥미롭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