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특허 출원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시대상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특허 출원은 그 시대의 조류나 문화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터넷 보급 이후 이메일 관련 특허 출원건수가 2000년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는 등 IT 관련 출원 건수가 홍수를 이르고 환경이나 건강 관련 출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게 대표적인 예다. 예전에는 편의성 또는 독창성 위주의 생활용품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에는 기능성을 강조하는 신기술이나 건강 관련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서 근래 선보인 이색 특허 상품들을 찾아본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급속하게 증가한 특허 출원 건으로 동물유전자 조작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꼽는다. 지난 92년 이전 2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7~1998년 17건, 1999~2000년 31건, 2001~2002년 31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 기술 유형별로는 특정 질환에 민감한 동물을 생산해 질병연구 모델로 활용하려는 기술이 55%로 가장 많아 난치병 치료법 연구 및 신약 개발에 쓰여지고 있다. 또 형질 전환된 동물의 젖, 소변, 혈액 등을 통해 백혈구 증식인자, 조혈인자, 항체 등을 생산하는 유용물질 생산 분야가 21%를 차지했다. 유전자 조작은 아니지만 우수 유전자를 대물림하는 방식으로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검정콩 생산에 성공해 화제다. 진주 경상대 농학과 정종일 교수팀은 기능성 약콩으로 알려진 재래종 검정콩과 비린내가 없는 '노란콩'의 교잡 재배를 6년간 시행한 끝에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검정콩의 효능을 그대로 가진 새로운 검정콩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의 하나인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과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사업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번 육종 성공이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우수 유전자를 대물림하는 작물간 교잡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소비자들이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 육종된 검정콩은 생식과 녹즙 등에 널리 쓸 수 있고, 수입 콩과 차별화된 형태의 제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불가사리에 있는 천연 칼슘을 함유한 기능성 콩나물도 눈에 띄는 제품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달 ㈜청정제주와 공동으로 불가사리를 천연 칼슘 자원으로 활용한 '칼슘강화 기능성 콩나물' 생산 기술개발에 성공, 발명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불가사리에 함유된 천연 칼슘(25.1%)을 물에 녹인 수용액에 콩을 불리고 생육시켜 칼슘강화 콩나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불가사리 칼슘화합물로 콩나물을 생육시킨 결과 콩나물의 길이와 비율이 높고, 잔뿌리가 적어 상품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인체에 필요한 칼슘을 콩나물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불가사리 퇴치와 콩 재배농가 및 콩나물 생산업체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다공증이나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화씨를 응용한 기능성 김치도 선보였다. 경남 밀양의 한 중소 김치제조업체인 우진식품은 홍화씨 분말과 추출액으로 담근 '왕뼈김치'로 김치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체 인구의 20%가 골다공증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골다공증뿐 아니라 관절염, 골수염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화씨를 김치에 접목시켰다. 이 회사는 홍화씨 김치를 특허출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건강, 환경 등 생물산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에 대한 특허출원은 앞으로도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근 '광우병 파동'으로 '한우육 감별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99년 건국대 박홍양 축산대학장(57)이 개발한 한우육 감별법은 쇠고기의 일부분(5g)을 수거,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직을 분리ㆍ추출한 뒤 DNA 증폭기술을 이용해 한우 특이유전자와의 일치 여부를 비교, 진위를 가리는 것이다. 이 감별법은 1억원의 특허권료를 받고 한 유명 백화점에 감별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박 학장은 "광우병 파동이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저가의 수입육이나 젖소 고기가 한우로 둔갑해 판매되는 사례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우 감별법이 널리 활용돼 소비자들의 식생활 안전을 지키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우병은 또 하나의 이색특허를 만들어냈다.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탄생시킨 것.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은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리온(Prion) 단백질' 가운데 생체 안에 축적되지 않으면서 정상 기능을 하는 '프리온 변이단백질'을 과다 발현시킨 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시키는 방법으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복제소 4마리를 생산,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국내 생명공학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