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의 실적이 부진하다. 지난해 국내외 경기침체에다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질병 확산까지 겹쳐 사상최악이었던 경영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같은 실적부진은 곧바로 시장 전체에 결쳐 주가의 발목을 잡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코스닥시장에는 상당기간 '어닝 쇼크'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업체인 세원텔레콤은 지난해 5천5백6억원의 매출에 순손실이 1천11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5.7% 증가했지만 순손실은 지난 2002년(5억여원)보다 무려 1백85배나 불어났다. 이같은 실적 악화로 이 회사 주가는 이날 개장 직후부터 가격제한폭까지 급락,장중내내 매수세가 끊겼다. 회사측은 사스와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판매로 영업적자가 3백64억원을 기록한데다 재고자산처분손실 지분법평가손실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잠재부실을 대부분 털어낸 만큼 올해는 상반기중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 선두주자인 LG홈쇼핑도 지난해 1조6천3백6억원의 매출에 1백96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9.6%,순이익은 64.1% 감소했다. 내수경기 침체로 지난 1995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게다가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된 것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누리텔레콤은 지난해 적자(19억원)로 돌아섰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액은 소폭 늘었지만 IT(정보기술)경기 악화로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오리엔탈정공 이라이콤 서호전기 헤드라인정보통신 현대디지탈테크 대진공업 등은 지난해 순이익이 30% 이상 급감했다. 또 이지클럽 지엠피 비티씨정보통신 디지틀조선 신라섬유 대진공업 등은 적자규모가 전년대비 30% 이상 확대됐다. 신규등록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스포츠서울21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21.4% 감소한 7백45억원,순이익은 62.7% 감소한 15억원으로 크게 부진했다. 경기침체에 비수익사업 정리까지 겹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작년 11월 코스닥에 등록한 한국툰붐도 외화환산 손실 등 영업외비용이 급증하면서 작년 순이익이 1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72.1%나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코스닥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가뜩이나 모멘텀이 없는 코스닥시장에 실적악화 한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