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경서동 서부산업단지안에 있는 경인주물공업단지. 지난 1980년대 형성된 이후 약 40여개의 주물업체가 모여있는 경인지역 최대 주물단지가 최근 혼란에 빠졌다. 젊은 사람이 사라져 외국인근로자와 50~60대의 고령층 근로자들로 생산라인을 메우는 등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가격 폭등과 원자재부족까지 겹쳐 입주업체들이 문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경인주물단지에는 상수도관 산업용보일러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주물업체들이 입주해있어 이들 기업이 문을 닫을 경우 관련업체로 피해가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 ◆이제는 사업을 접고 싶다="40년동안 주물산업에 종사하면서 위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1980년대 말 파업 사태,그리고 97년 외환위기…. 그래도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H주물 김모 대표는 이제 정말 사업을 접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한숨 짓는다. 선철과 고철 가격이 최근 1년새 두 배로 뛰어오르면서 제품 원가가 판매가격의 1백10%선에 도달했다고. 제품 한 개 팔 때마다 10%씩 손해본다는 얘기다. 그나마 값이 오른 원자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철강업체들이 국내 선철 유통물량을 줄인데다 최근에는 고철 판매업체들도 제품을 풀지 않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이 계속되니 고철업체들 사이에 '기다리면 더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습니다.우리만 죽어나는 거죠." 김 대표는 국내 주물산업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정부나 관련기업들이 기간산업으로서 주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한다. 인근에 위치한 D공업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5천t 가량의 선철과 고철이 쌓여 있던 자재창고에는 2백t 가량만 남아 있다. ◆원자재 이어 연료까지 품귀=D공업의 고충은 이것뿐만 아니다. "그나마 철강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코크스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D공업 K이사) 용선로의 연료로 쓰이는 코크스는 그동안 중국에서 전량 수입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도 고속 성장하면서 코크스 사용량이 많아져 수출을 제한하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당 1백50원선이던 코크스는 오는 3월 입고물량 기준으로 5백원까지 치솟았다. 경인주물공업조합 강신호 부장은 "주물업체 중에서도 전기를 연료로 쓰는 전기로 업체보다 코크스를 연료로 쓰는 용선로 업체들이 더 시련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납품가격 현실화하라=업체들은 더이상 '마른 수건 쥐어짜는' 방식의 경영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생산원가가 판매가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납품가격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전국의 몇몇 주조업체들이 '주조산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각 업체에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가격 올려받겠다는 말이 쉽게 나옵니까.대기업들은 오히려 납품가격을 깎으라고 압력을 넣는 판국인데요."(주물조합 강신호 부장) D공업 K이사는 "현 상태가 6개월만 지속되면 경인주물공단 업체 중 절반 이상이 도산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자동차 전자 등 수출주도 품목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