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플로리다 회담 이후 국제통화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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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턴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회담 이후 국제외환시장은 미 달러화 약세를 골간으로 한 유연한 통화질서인 두바이 성명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이전보다 혼탁한 흐름이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경제 입장에서는 쌍둥이 적자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유럽과 일본은 미약한 경기회복세를 끌어올리는 대신 중국을 비롯한 일부 개도국들은 지난해말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경기과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외환시장 측면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방안이 쉽게 떠오른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지나친 달러화 약세는 미국으로서는 자본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가,유럽과 일본으로서는 자국통화 강세에 따른 디플레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또다른 과제로 남는다.
바로 이 점이 이번 회담에서 '미 달러화 약세'라는 합의로 이끌어낼 수 없었던 이유다.
이번 회담 결과를 액면 그대로 해석할 경우 앞으로 미국은 지난해 9월 두바이 성명 이후 통화가치 상승폭이 많았던 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해지는 대신 통화가치를 그대로 유지했거나 오히려 특정목적을 위해 끌어내렸던 일부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시정 압력을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이 이 같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유럽과 일본은 언제든지 자국통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강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번 회담 결과는 구속력이 약하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이 끝나자마자 일본이 엔화 강세 저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일본 엔화를 중심으로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 대해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일부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종전과 다른 형태의 '플라자 체제'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G7 국가들이 이런 정신을 이행해 나갈 경우 가장 먼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종전에 비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증대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온 한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도 시정 압력이 높아질 우려가 높다.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에 이어 통화마찰 혹은 통화전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나.
개별국가 차원에서 여건만 허락된다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앞으로는 환율변동성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국 기업과 국민들에게는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지원과 인프라를 갖춰 놓아야 한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아시아 국가 전체로는 그동안 논의해 왔던 단일통화(아시아 유로) 도입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여건이나 발전단계를 감안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성장과 선진국과의 무역흑자를 겨냥한 통화절상 압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