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창업 사실상 올스톱 ‥ 프랜차이즈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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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창업을 준비해온 김병호씨(가명ㆍ44).
창업박람회장을 찾아다니고 상담까지 받아 작년 말 치킨점을 열기로 했다가 계획을 보류했다.
불황에다 조류독감까지 겹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음은 급하지만 창업 아이템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예비창업자들이 하나같이 창업을 망설이고 있다.
20대 청년실업자도 40대 명퇴자도 관망만 하고 있다.
기존 점포도 버티기 힘든 판국에 무모하게 창업했다간 돈만 날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계형 창업이 사실상 올스톱했다.
지금도 창업설명회장엔 인파가 몰린다.
그러나 점포를 여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해 월평균 1백개씩 늘었던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신규 가맹점 수가 올 1월엔 10개 미만으로 줄었다.
지명도가 낮은 브랜드의 경우 전화문의조차 끊겼다.
창업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무엇보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창업은 불황 끝물에 꿈틀거리게 마련.
실제로 작년 12월엔 창업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경기회복 기미가 사라지면서 다시 침체에 빠졌다.
기존 자영업자들은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생계형 사업자의 30% 이상이 폐업 위기에 몰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음식업 뿐만이 아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바닥을 헤매고 있다.
그야말로 '자영업 공황상태'다.
젊은이들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던 동대문 패션타운도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에서 여성복을 파는 이진선 사장(가명ㆍ33)은 "손님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원부자재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요즘엔 아르바이트생 대신 가족들을 동원해 매장을 지킨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식당으로 업종을 바꿀 생각도 해봤지만 그쪽 경기도 바닥인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매 전문 쇼핑몰에서 니트를 판매하는 김정수 사장(가명ㆍ28)은 "소매상들이 한번에 사가는 물량이 10장에 불과하다"면서 "전에는 하루에 3천만원어치 못 팔면 바보란 말을 들었다는데 요즘엔 50만원어치 팔기도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불황기에 생계형 창업시장이 고사하면 사회가 불안해진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경기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동ㆍ송형석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