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인사청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사철이 시작되면서 은행원들의 자리이동, 승진에 관한 청탁이 정ㆍ관ㆍ재계를 통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월례조회에서 "지난 주 임원 및 팀장 인사때 청탁을 한 사람이 7∼8명에 이른다"며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그토록 경고했음에도 여전히 청탁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행장은 인사청탁의 실제 사례로 "지난 주말 모 직원을 뉴욕지점장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있었다"며 "그 직원이 뉴욕지점장 후보 1순위로 올라오더라도 이름을 지워버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해 A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인사청탁이 하도 많아 요즘은 식사약속도 가급적 피한다"고 말했다. 또 B은행의 인사담당 임원은 "같은 직원에 대해 서너곳에서 한꺼번에 청탁이 들어오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은행들은 인사 시스템을 정비해 청탁을 원천봉쇄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톱 탤런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임원들이 평소에 우수 인재를 발굴, 인재풀을 만든 후 필요한 인력을 뽑아쓰는 시스템이다. 또 수출입은행은 외부 전문컨설팅 기관에 부서장들에 대한 다면평가를 의뢰, 평가결과를 승진에 반영하는 '외부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