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4 WINE세대] "이젠 절약않고 즐기겠다"..라이프스타일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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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에 사는 직장인 최병석(49)씨는 최근 MP3를 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MP3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며칠간 끙끙댔다.
설명서를 보고도 어떻게 작동시키지는 몰랐던 것.
그는 "디지털문화에 뒤지지 않는 젊은 오빠가 되고 싶은데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혼란은 MP3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가치관에도 놀란다.
그는 "과장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엔 직장생활보다 내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을 위한 씀씀이보다 자신을 위한 씀씀이,정치 사회문제보다 경제문제,집단행동보다 개인레저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 부장의 혼란은 그만 겪는 혼란이 아니다.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45∼64세 연령층 1천2백명을 분석한 결과 최 부장의 사례는 와인(WINE)세대의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디지털세대가 몰고 온 변화에 적응하는 '나'이고 싶은 한편 사회안정을 지키려는 '나'이려는 것이 4564와인세대의 특징이라고 제일기획은 설명한다.
◆혼란스러운 자화상
이들의 겉모습은 '혼란'이다.
디지털화 가속,글로벌화 확산,P세대(17∼39세)의 변화주도 세력화에 이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상실감을 기존의 실버세대보다 크게 느낀다.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냐'는 질문에 4564세대 중 36.5%만이 '그렇다'고 답한 데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실시한 같은 설문조사에서 P세대의 응답률이 64.2%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사회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높은 불안감을 보였다.
9.4%만이 최근 사회변화가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4564세대는 자기 삶을 중시하는 P세대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보인다.
응답자의 39.5%가 '가족에 버금가는 관심사가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도전항목에 49.5%가 '예'라고 답했다.
◆'젊은 오빠'이고 싶다
와인세대는 나이를 잊은 '젊은 오빠'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응답자의 70%가 '인생 60이면 아직 젊다',73%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바쁜 것'에 가치를 뒀지만 우선순위는 바뀌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49.2%),가족(30.1%) 등의 순으로 돈(10.6%)보다 우선시됐다.
레저생활도 왕성해 49.3%가 주말에 스포츠·레저활동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와인세대는 정치보다 경제·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관심영역이 경제라는 응답은 77.5%에 달했고 정치는 사회영역(43.6%)에도 밀려 26.3%에 불과했다.
이들의 3대 고민거리는 자녀(29.5%),돈(26.2%),건강(21.5%)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삶에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낄 때로는 건강할 때(31.4%)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가족화목(26.9%),자녀(17%),직장생활 만족(6.7%)은 그 뒤였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가정안에서 의사를 결정할 때 '아내의 역할이 커졌다'는 응답자는 46.3%에 달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7.4%만이 '남편의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다.
돈을 쓰는 것과 관련한 소비주권도 아내(60.6%)가 남편(37.5%)보다 월등히 높았다.
라이프 스타일은 가족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52.9%가 '행복이 배우자에게 달렸다'는 데 동의했다.
와인세대의 특징은 남편의 아내 짝사랑이 심화하고 있는 점이다.
남자의 61.5%가 '취미 여가활동을 아내와 함께 하겠다'고 응답했다.
와인세대는 '디지털과의 로맨스'를 시작하고 있다.
인터넷이용률이 31.2%에 달했고,평일의 경우 인터넷 이용시간이 1시간30분에 달했다.
이들 세대의 46%가 '첨단기능을 갖춘 디지털 신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스포츠·레저활동에 대한 열망도 높았다.
응답자의 49%가 "수입을 위해 일을 더하기보다 여가시간을 갖고 싶다"고 응답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