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도쿄 증시의 주가를 좌우할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왕성한 매수 열기를 앞세워 주가 상승을 선도해 왔던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선 양상이 뚜렷해진데다 이들의 추가 매도를 부추길 악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1월 셋째주까지만 해도 4천9백49억엔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6주 연속 매수우위를 지속해 왔으나 지난 26일 이후부터는 연일 매도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인 외국계 증권사의 주문은 지난 27일 이후 대폭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마쓰시타전기 소니 도요타자동차 등의 대형주도 큰 폭의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분석가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한 풀 꺾인 것이 틀림없다며 다각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오는 6일부터 열리는 G7 재무장관회담에서도 엔고 저지 합의가 이뤄질 확률이 낮은 것으로 관측되자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에서 일단 한발 물러선 인상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유럽계 증권사 일각에서는 미국 통화당국이 금융완화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가세,외국인의 일본 주식 이탈을 부추겼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관심이 식으면서 이들이 내놓은 매물이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크레디 아그리콜 엥도수에즈증권의 한 분석가는 "해외 헤지펀드들의 일본 주식 매입 열기가 수그러든 것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다.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입 의욕이 단시간에 되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한 상태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증시에서는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며 "미국 주가가 약세로 돌아서면 일본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증권의 체스퍼 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고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의 이익실현 매물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