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처음 집을 장만한 회사원 K씨(36)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이사하려 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않기 때문이다. 6살 짜리 아들의 아토피 증세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공사를 포기하고 벽지만 바꾼채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모 방송국이 신년기획으로 마련한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자재로 인한 충격적 피해 사례를 공개하면서 K씨 처럼 인테리어 공사를 망설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이 건축자재 때문인지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고있다. 새집 증후군은 어떤 것이며 그 예방책은 없는지 알아본다. [ 도움말=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환경오염물질로 가득찬 새 집=새집 증후군은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두통 피로 호흡곤란 천식 비염 피부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각종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나 포름알데히드(HCHO) 등 환경오염 물질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집 안의 가구 벽지 타일 장판 카펫 방향제 석면 등 단열재와 시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접착제 페인트 등에는 발암 물질인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다량 포함돼 있다. 새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멘트 독'으로 불리는 암모니아 가스다. 새로 지은 콘크리트 건물에선 눈이 따갑고 코가 매우며 목이 칼칼해 지는데 이는 암모니아 가스가 눈과 코,인후의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붙박이장이나 싱크대 같은 새 가구도 새집 증후군의 주범이다. 이들 대부분이 유독성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절여뒀던 목재 필름을 입힌 것으로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 유독 화합물들이 새집 증후군을 일으킨다. 새집을 꾸미는 데 드는 각종 바닥재와 벽 천장의 마감재가 내뿜는 액상 유기화학 물질들도 호흡으로 쉽게 체내에 축적된다. 특히 액상 유기화학물질 중 벤젠계나 톨루엔 계통을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소화기 신경계 호흡기 장애는 물론이고 간이나 신장 등에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하루에 최소 두번은 환기해야=새집 증후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새집에서 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할 경우도 있고 낡은 집을 산뜻하게 새로 인테리어한 뒤 들어가고 싶은 게 일반적이다. 새집이나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집에 들어갈 경우에는 새집 증후군 예방을 위해 이사가기 전에 2∼3일간 난방을 해 벽지나 바닥재 가구 등에 배어 있는 휘발성 화학물질이 날아가도록 하는 게 좋다. 새집으로 이사갔다면 환기에도 신경써야 한다. 실내 공기와 외부 공기를 완전히 바꾸는 환기는 적어도 오전 오후에 한 번씩은 해야 한다. 날씨가 춥다고 환기하지 않으면 오염된 실내 공기가 그대로 체내로 들어온다. 환기는 오전 10시 이후나 낮 시간대를 이용한다. 코 눈 목 등의 점막이 따갑고 자극되는 등의 증상은 온도가 높을수록,습도가 낮을수록 심해진다. 따라서 실내 온도는 섭씨 18∼22도,습도는 60% 정도로 조절하는 게 좋다. 실내에 잎이 큰 식물을 들여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물은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해 분해하기 때문에 새집 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좋다. 전문의들은 "화학물질 과민증 환자에 대해선 그동안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언론보도에 이은 정부의 피해여부 조사 방침으로 인해 새집 증후군 문제가 이슈화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현재로서는 새집 증후군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자주 환기를 시키고 인테리어 공사 때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등 환경오염 물질과의 접촉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