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이후 정부 각 부처에서도 각종 지원과 육성책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국내 실업문제가 그만큼 심각한 지경으로 치달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부가 일성을 높이곤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채용시장은 올해도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우리 경제도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의 우려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엔진이던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국민총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몫이 갈수록 줄어드는게 그 이유다. 이에 앞서 취업전문업체들이 조사한 '2004년도 채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기업 신규채용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조사 결과 삼성전자 롯데백화점 등 62개 대기업이 올 상반기중 대졸 9천8백여명을 뽑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온기가 일어나리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상반기 중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서고 수출과 내수가 풀린다면 최소한 지난해보다는 고용사정이 나아지리라는 것. 설비투자가 1%포인트 높아지면 고용은 0.09%포인트 증가한다는 통계보고가 있다. 최근 산자부 발표대로 올해 기업 설비투자가 6.2∼9.8% 늘어난다면 하반기에는 0.56∼0.98% 정도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금융 무역ㆍ상사 부문에서 채용위축이 두드러진 반면 전기전자 정보통신 외식ㆍ식품쪽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제조업의 올해 채용계획이 작년보다 35.8% 정도 줄었다. 유통무역(29.5%), 운송물류(21.7%), 금융(21.5%)도 감소세다. 반면 외식ㆍ식음료(19.4%), 전기전자(19.4%), 석유화학(1.1%) 등은 채용규모를 늘려잡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부문은 올해 취업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테네 올림픽 특수 등으로 디지털 TV 수요가 느는 등 대형가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채용이 활기를 띨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부문도 포털업체들이 사업을 다각화하며 규모를 확장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게임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에서 신규채용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채용시장 역시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이 늘고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중ㆍ장기 채용계획을 정해놓는 대신 인력이 필요하게 되면 즉각 사람을 뽑는 경우가 날로 증가세다. 또 기업마다 각 사업부문별로 직원을 뽑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어 이같은 경향이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비정규직 중심의 채용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체 근로자중 비정규직이 절반(51.7%)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단순업무 분야가 주종을 이루던 대기업의 계약직 채용은 전문직이나 일반 사무직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규직을 뽑던 분야를 전문계약직으로 채우고, 계약직에 맡기던 일은 임시직이나 파견직에 맡기는 것. 예컨대 금융권에서는 최근 자산관리 컨설턴트나 심사역까지 계약직으로 뽑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 1월 들어 AIG생명 신한생명 SK생명 LG화재 수협은행 등이 이같은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테스코 LG유통 등도 신규점포를 내면서 비정규직 채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입들은 비정규직에 도전해 정규직 취업의 발판으로 활용하라는 것이 취업난 극복의 한 방편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