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선 외국인 잔치가 한창이다. 올들어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은 28일 현재 4조2천억원으로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규모다. 17일 연속 순매수도 전에 없던 일이다. 외국인 매수세는 10년만에 달러자산이 비(非)달러 자산으로 재분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최대 관심사는 외국인이 언제까지 한국 주식을 사들일 것인가이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과 중국 증시 동향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는지,그리고 엔화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하락하지 않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돼 매수세가 주춤하거나,엔화 환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속락한다면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 움직임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탈(脫)달러화 러시 미달러 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미국시장에서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으로 돈이 흘러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이머징마켓펀드의 누적 자금유입규모가 수직상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머징마켓펀드의 자금유입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줄곧 감소해왔으나 작년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머징마켓펀드에 들어온 돈중 일부가 한국에 유입되면서 주가는 급등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주목받는 엔화와 중국증시 탈(脫)달러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정부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편이다. 따라서 외부요인이 중요하다. 미래에셋 이정호투자전략실장은 "일본정부가 엔·달러 환율을 1백5엔선에서 저지하느냐가 1차적인 관심사"라고 말했다. 엔화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경우 달러화가 오히려 싸게 비쳐져 자금유입이 주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일본정부가 방어벽을 쳤던 1백9엔이 무너지는 등 엔화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일본이 1백5엔선을 방어해 환율하락속도가 완만해지면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속되는 게 국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국적의 주식들로 구성된 홍콩H주식은 작년에 3배 가까이 올랐다. 외국인의 매수규모도 한국과 대만시장에서 산 것을 합한 것보다 많다. 미래에셋 이 실장은 "최근 홍콩H주식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단지 차익실현 차원에서 발생한 조정이라면 문제가 없지만,고평가 논리가 적용된 것이라면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약해지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환율 하락 약(?)인가 환율하락이 외국인 투자자금을 끌어온 1등공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경제가 수출에 기반을 둔 만큼 악영향도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비정상적인 외국인의 매수세로 종합주가지수는 안정적으로 오르면서 체감지수는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밸런스가 붕괴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은 기업실적의 악화로 이어져 시장의 펀더멘털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