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불거진 허위 주금 납입으로 인한 4개 법인의 `유령 주식' 사건과 관련,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의 늑장 대응이 소액주주들의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독 당국인 금감원은 대호의 허위 주금 납입 사실을 지난해 12월24일에 최초로인지하고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았고 거래 중단 권한을 갖고 있는 거래소는 뒤늦게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거래소의 출범을 앞두고 감독 기구를 비롯한 증권 유관기관의 내부 기강은 물론 업무 체제 전반에 대한 일제 점검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이 유령주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지난해 12월24일로 대호를 감리하던 공인회계사가 대호의 주금 허위 납입 사실을 금감원 회계감독국에 알린 것. 회계감독국은 즉각 담당 부서인 공시심사실 등 금감원 내의 2개 부서에 첩보를전달했다. 금감원은 휴장일인 12월25일의 다음날 곧바로 증권거래소의 심사부를 통해 상장공시부에 유령주 사건을 알리고 거래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감원의 유령주 사건 담당 부서인 공시심사실이 정작 거래소에 정식으로 통보한 시점이 최초 인지일에서 무려 5일이나 지난 12월29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금감원의 주무 부서가 신속히 대처해 26일부터 거래소를 통해 거래 중단등의 조치를 내렸다면 이번 사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거래소 역시 26일 금감원에서 유령주 사건을 전달받은 직후 곧바로 사실확인 작업에 들어갔다면 최소한 다음 거래일인 12월29일부터는 대호 등의 주식 거래가 중단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호는 지난해 12월30일에서야 거래 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동아정기와 중앙제지는 올해 1월5일, 코스닥 등록기업인 모디아는 이달 2일에야 각각 거래가 중단됐다. 금감원과 거래소의 늑장 대응으로 인한 부당 거래액은 실제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은 중앙제지를 제외하더라고 36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측은 `금융실명제 위반' 때문에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허위로 조작된 주금납입증명서의 발행 여부를 K은행에 문의하는 것은 실명제와 전혀 무관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거래소는 28일 해명을 통해 "지난해 12월26일 금감원에서 통보받은 내용은허위 주금 납입이 아니라 허위.가장 납입이었으며 허위.가장 납입은 거래 정지 사유가 아니다"고 밝히고 "당시는 은행 업무가 이미 끝난 뒤였기 때문에 사실 확인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사 금감원이 통보한 내용이 거래 정지에 해당하지 않는 허위.가장 납입이었다고 하더라도 거래소가 시인한 대로 26일 이후 K은행을 상대로 신속하고 충실한 확인 작업을 거쳤다면 이번 사건을 키우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게 증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결국 거래소는 은행을 상대로 신속한 확인 작업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시인했을뿐이고 적절한 해명을 내놓치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대미문의 사건인 이번 유령주 사건은 가해자들의 수법도 기상천외했지만 금감원과 거래소의 이해할 수 없는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