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율 방어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달러를 거둬들이기 위한 실탄(원화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외환스와프 거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개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15일부터 NDF 규제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놓았지만 되레 환율은 이번주 들어 이틀새 12원이나 내렸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서는 재경부의 환율 방어정책이 '외통수'에 몰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외통수에 몰린 재경부


정부가 환율 방어에 소매를 걷어붙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말부터.


극도로 침체된 내수경기를 수출로 떠받치기 위해서는 환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붙들어매 놓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전략은 수출만을 놓고 볼 때는 일단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달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달했고 이달에는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73%나 폭증했다.


그러나 이런 수출 호조세가 환율을 더욱 압박하는 '부메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고환율 유지→수출 증가→달러 유입 가속→환율 하락 압력 확대→환율 방어 비용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 '시장'에 밀리는 환율방어 정책


이처럼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재경부의 시장 개입이 점차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는게 시장의 평가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자금만으로 환율을 받쳐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첫 번째로 동원한 카드는 국책은행 등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시장 개입으로 잔뜩 쌓아 놓은 달러중 일부를 은행의 원화와 맞바꾼 뒤 1∼3개월 뒤 되돌려주는 스와프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의 외환 스와프 거래 잔액이 이미 1백억달러를 웃돌아 스와프 계약을 통해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원화자금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 카드는 NDF 시장 개입.


계약한 원금 교환 없이 차액만 결제하면 되는 시장의 특성상, 적은 자금으로도 상당한 환율 방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만기 물량(누적 매수초과 포지션)이 1백50억달러에 달해 하루하루 만기마다 롤오버(이월)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 시장은 눈치챘다?


NDF 규제 등 각종 조치에도 원ㆍ달러 환율은 1천1백80원선(27일)마저 무너졌다.


외국인 주식자금 등 달러가 넘치는 시장 여건에서 약효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이달 들어 이미 4조원에 육박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5억달러로 거래일 기준 15일 동안 매일 2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외환시장에 매물로 나온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경부가 잇따라 강공책을 편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재경부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 더 이상의 고강도 시장 개입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추가적인 시장 개입은 '원자재값 상승→국내 물가 불안→임금 인상 요구→내수소비 위축 심화'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원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꺼번에 환율이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경부의 외환정책은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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