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들이 일반 상장회사들과 기업 결합을 통해 증권거래소에 우회 등록하는 것이 영화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이 27일 세신버팔로와 주식 교환을 통해 세신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이달 초에는 영화투자사 아이픽처스가 섬유업체인 지니웍스의 자회사 GW시네마의 주식 50%와 아이픽처스 지분 40%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최대의 영화제작사 싸이더스도 최근 보안업체 씨큐리콥에 지분 4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이 같은 짝짓기는 영화사들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대부분의 영화사들은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투자사들로부터 자본을 끌어내 제작비를 조달해왔기 때문에 제작시간이 지체되고 경상비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그러나 상장사의 계열사로 편입되면 모회사인 상장사들이 안정된 신용을 바탕으로 △공개시장에서 직접 조달 △펀드 조성 △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비를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신버팔로의 계열사로 편입된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영화 제작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의 제작 노하우를 상호 보완해 시나리오를 개발,제작하고 마케팅에서 공동 보조를 취함으로써 경상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파워가 막강한 것도 여러 자회사들의 역량을 종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싸이더스의 경우 지분매각 계약을 통해 수십억원대의 채무를 털어 버림으로써 제작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외부 자본 조달이 쉬워지면서 과당경쟁과 모럴해저드가 일어나는 역효과가 생겨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1년 '친구''조폭마누라'등이 대박을 터뜨린 후 자금이 넘치면서 초대형 영화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아유레디'등이 기획 제작됐지만 완성도 부족으로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