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 업계가 '3중고'에 빠졌다. 금리상승으로 채권형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주식형펀드에선 엉뚱하게 환매가 그치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펀드 운용보수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면서 "증시호황에도 불구하고 투신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투신사의 주력상품인 채권형펀드 잔액은 카드채 사태 등의 여파로 지난 한햇동안 24조원(MMF포함)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리상승이 주된 배경이다.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작년말 연4.73%에서 연4.93%까지 올랐다. 금리상승은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 경우 채권펀드의 수익률도 떨어지게 되며 이를 염려한 고객이 자금을 미리 빼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감소세는 '이변'에 가깝다. 통계적으로 주식형펀드 잔고는 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엔 주가가 50% 이상 올랐지만 펀드잔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주식형펀드는 2조6천억원 감소했으며 올 들어서도 이미 2천5백억원 줄었다. 펀드매니저들은 "과거에는 주가가 오르면 고객들이 돈을 더 넣었지만 요즘은 주가가 오를수록 환매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보수율의 하락세는 투신사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2002년 말 0.61%였던 주식펀드의 운용보수는 지난해 말 0.46%로 떨어졌다. 머니마켓펀드(MMF)는 0.14∼0.17%에서 0.09∼0.11%로 낮아졌다. 기관고객들이 수익률 보전을 위해 보수인하를 강요하고 있는데다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투신권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수탁고와 운용보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투신업계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업계 구조조정과 고객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