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 인선을 놓고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의 취임으로 지난해 말 공석이 된 금통위원 자리에 재정경제부 출신인 김종창 기업은행장이 내정되면서 민간기관(은행연합회) 추천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은 노조는 '사무실 점거농성'도 불사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금통위원이 더 이상 재경부 인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자리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통위원의 출신 성분보다는 자질이 우선시돼야 하며, 김종창 내정자의 경우 기업은행장직을 대과(大過)없이 수행한 만큼 무조건적인 비판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왜 매번 잡음이 일어나나 민간기관 추천 금통위원이 선임될 때마다 마찰을 빚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상'과 '현실'이 따로 노는 인선시스템.한은법에는 은행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증권업협회(지난해 말 폐지) 등 민간기관이 자율적으로 금통위원을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재경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순수 민간인사가 추천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런 정황을 반영하듯 지난 98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통위원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이후 거의 대부분의 민간추천 금통위원들이 재경부 등 정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고,그때마다 한은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비판에 부딪쳤다. 두 번째는 민간 추천 금통위원들이 그동안 보여온 미심쩍은 행보. 지난해 말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동한 김병일 전 금통위원을 포함한 상당수의 관료출신 금통위원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이나 관련 단체장으로 이동, "금통위원이 높은 자리로 옮겨가기 위한 징검다리냐"는 불신을 자초했다. ◆ '무조건 반대는 금물' 지적도 금통위원이 순수 민간인사가 아니라는 점 만을 놓고 무작정 비판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김종창 내정자는 3년간 기업은행장으로 일하면서 기업대출 관행을 개선하는 등 업무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관료출신이 금통위원에 추천됐다고 해서 무조건 '관치'라는 잣대로 폄하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