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의 청와대 회동은 "참여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그동안 대통령과 재계총수의 만남은 모두 청와대 밖에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첫 미국방문을 전후해 재계 총수들과 세차례 만났다. 지난해 5월12일 뉴욕의 만찬간담회와 17일 샌프란시스코 조찬간담회에 이어 6월1일 "방미때 협조해줘서 감사하다"며 노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삼계탕집으로 총수들을 초청해 회동이 이뤄졌다. 그 후 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만남은 없었다. 특히 지난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경련은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수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손길승 전 회장이 구속되고 일부 총수가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는 등 전경련과 청와대는 최근 반년동안 상당히 소원한 관계였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 듯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올해 화면이나 보도를 통해 본 여러분 얼굴은 상당히 밝은 것 같다"며 "그것보고 올해 경제 좋아지겠구나 생각했다. 어둡게 보면 불안하고 같은 사안이라도 밝게 보면 밝으니 올해는 밝은 전망으로 용기를 내서 봐주기 바란다"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 애썼다. 또 점심 많이 드시고 밥값도 좀 내놓고 가시라고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대해 강신호 회장은 "연두회견에서 일자리가 최고 복지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대기업 노조 생산성 초과임금 인상 자제 당부말씀에 감명받았고 크게 고무됐다"고 답했다. 재계 회장들이 돌아가면서 건의를 하는 도중 분위기가 좋아지자 노 대통령의 바로 오른쪽 옆에 앉았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노 대통령의 바로 왼쪽에 자리잡은 구본무 LG회장을 향해 "구본무 회장에게 부탁드릴 게 있다"고 운을 뗀 뒤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자주 나와달라"는 말을 꺼내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강 회장은 "이 자리를 재계 간담회 자리로 만들어줘 감사하다"며 노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