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올해 최우선 정책운용 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선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13일 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하는 등 일자리 만들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공식적인 청년 실업자만도 8%, 40만명에 육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정부,재계가 새해 화두로 '일자리 창출'을 내걸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수불황이 장기ㆍ구조화하고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사실상 절멸되다시피한 현실을 감안하면 일자리 감소현상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것도 분명하다. 대통령이 그 어떤 허황한 복지구호보다 스스로 땀흘릴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일자리 만들기가 단순히 일자리 나누기로 변질되거나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억지춘향식 취업독려로 나타난다면 이는 산업과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하나의 족쇄가 되고 말 것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만들기의 기본원칙을 깊이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의 대원칙은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 역시 '시장원리에 맞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원리를 벗어난 작위적인 일자리 만들기는 낡은 경제구조를 온존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을 잠식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점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을 붙잡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성장이 아니고는 실업 해결이 불가능하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부터 막아야 한다"(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부회장)는 지적이지만 반기업정서를 친기업 정서로 바꾸지 않고는 이 모든 일이 사상누각일 뿐이다. 과감한 시장개방과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는 방법으로 교육 의료 법률 IT 등 신서비스업을 육성하고 규제혁파를 통해 10대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발하는 것도 미룰 수 없다. 이를 위해 각 산업종사자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깨야 하고 기업들을 출자규제등 행정규제로부터 풀어놓아야 한다는 점도 설명이 필요없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존속가능한 일자리는 역시 신(新) 산업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적은 역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며 대기업 노동조합의 조직이기주의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기업 노조의 철밥통이 청년 일자리를 봉쇄하고 있다는 사실은 친노(親勞)시비를 불렀던 참여정부로서는 특히 경계할 일이다. 노조가 울타리를 만들어 청년들에 돌아갈 일자리를 깔고 있는 것은 카드를 남발해 장래의 소비를 지금 가불해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자리는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지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3교대를 4교대로 바꾸는 등의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지만 섣부른 나누어갖기가 부작용만 양산하고만 유럽의 사례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