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의 직물업체인 ㈜삼아. 1980년 문을 연 이 회사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1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유수의 직물업체였다. 1992년에는 한국섬유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직원은 현재 50여명에 불과하다. 4백50여명의 직원들이 밀려드는 수출 오더를 감당하지 못해 밤샘 작업이 끊이지 않던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 4백명이 넘는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 회사의 직원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회사가 지난해 말 사실상 국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화섬경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데다 인건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되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돼 대구공장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모든 생산을 지난 96년 설립한 중국 칭다오 공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직원들은 중국 공장을 관리하거나 기존 국내 거래선들의 오더를 소화하기 위한 하청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을 뿐이다. 회사가 국내 생산을 중단하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섬유경기 악화로 그들을 받아줄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직물업계의 공동화 현상은 다른 업종에 비해 더 심각하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중국 동남아시아 후발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이미 오래 전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