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05
수정2006.04.01 22:07
"저렴한 인건비만 믿고 인도에 투자했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인도에서 기업을 하다보면 넘어야할 산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대백신소재㈜의 김형득 인도 지사장은 인도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브라운관 연마제(유리표면을 매끄럽게 닦아주는 사포와 같은 재료) 제조업체인 대백신소재는 인도 현지공장 설립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려 인도 투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회사다.
김 지사장이 가장 중시하는 투자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김 지사장은 그의 비서가 보여준 행태를 사례로 들며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그의 비서는 카스트 신분 가운데 가장 높이 위치한 브라만 출신.
손님이 와도 커피 타줄 생각을 안해 이를 바꾸는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김 지사장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인도인들처럼 손으로 밥을 집어 먹고, 직원들의 경조사에도 반드시 참석했다.
공장인근 학교에는 화장실을 지어주는 등 가족같은 유대감을 심어준 결과 종업원과 주변 주민들이 달라지더라는 것.
지금은 김 지사장을 '아버지', 본사 하영환 사장을 '할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한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노조도 넘어야할 산이다.
김 지사장은 "영국 지배하에서 동인도 주식회사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겸한 노조활동을 한 전통이 있어 외국기업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지금은 덜하지만 인도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노사분규가 심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 지사장은 인도 현지에서 MBA를 마친 '인도통'으로 대백신소재가 현지에 진출하면서 전격 스카우트됐다.
대백신소재로서는 인도 사정에 밝은 그를 현지 사령탑에 앉힘으로써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행착오를 덜 겪었다는 평가다.
김 지사장은 또 가능하면 인도인들과 합작하지 말고 대백처럼 "1백% 단독투자하라"고 권유했다.
"먼저 마켓셰어를 확보한 연후에 이윤창출을 생각하는 한국 기업의 경영전략과 달리 인도 기업들은 처음부터 이윤 챙기기에 바쁘다"면서 "지금 인도에서 잘나가는 한국의 모 대기업에도 인도 진출에 앞서 이같은 전략을 컨설팅해 주었다"고 귀띔했다.
첸나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