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02
수정2006.04.01 22:04
'올해는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
40대 중반의 중견기업 간부 K씨는 요즘 아침 5시만 되면 자명종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이전에는 보통 7시가 넘어서야 일어났지만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기 위해 기상 시간을 두 시간 앞당긴 것이다.
K씨는 아파트 주변을 30분 정도 뛴 다음 샤워를 한다.
아침 신문을 훑어본 다음 하루를 설계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면서 여유가 생긴 데 크게 만족하고 있다.
새해 들어 K씨처럼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사이쇼 히로시의 책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의지만 있으면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 날 수 있을까.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떤 체질이 아침형 인간으로 적합한지, 아침 일찍 일어나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 올빼미 형은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의학계에서는 보통 아침형 인간이 올빼미형 인간보다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밤에 깨어 있으면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신체가 충분히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는 밤낮을 구분해주는 생체 시계가 있으며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바로 그것이다.
멜라토닌은 주위의 불이 꺼져 어두워야 잘 나온다.
밤에 불을 켜 놓으면 눈의 망막과 연결된 생체 시계가 낮으로 착각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따라서 밤낮이 바뀌면 활성산소가 몸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
자명종 없이도 새벽에 거뜬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명종이나 휴대폰 알람 소리를 끈 뒤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아침형 인간에 적합한 체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체질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라고 무조건 유행에 따르다간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 양인(陽人)은 아침형, 음인(陰人)은 저녁형 =한방에서는 양인의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기가 비교적 쉽다고 한다.
소양인 태양인처럼 몸 안에 양기가 많은 이들은 햇빛의 기운에 잘 부응하기 때문에 해가 뜨는 새벽부터 활기가 넘친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새벽이나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게 좋다.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나 몸의 활기를 깨우는 운동의 스케줄을 오전에 잡는게 좋다.
해가 질 무렵부터는 양기가 급격히 떨어져 피로를 느끼므로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저녁 회의나 야근은 피하는게 좋다.
소음인 태음인처럼 음기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양기가 강한 아침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
유난히 아침 잠이 많고, 일을 시작하더라도 오전 중에는 멍한 상태가 되기 쉽다.
이런 체질이 새벽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면 오후 내내 피로에 젖어 일을 망치기 쉽다.
◆ 운동도 체질에 따라 달리해야 =태양인은 허리가 길고 하체가 허약해 척추에 무리가 많이 가고 무릎관절이 손상될 위험이 높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 등산 줄넘기 골프 등으로 하체를 단련하고 허리를 강화하는 운동이 좋다.
소양인도 태양인처럼 하체가 약하므로 등산 에어로빅 사이클 장거리 달리기 등 하체 및 허리를 강화하는 운동을 아침에 하는게 좋다.
태음인은 비만체질이 많고 선천적으로 심폐기능이 약하므로 오후 시간대에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소음인은 체력이 약하므로 신체의 각 부위를 골고루 움직이고 적당한 근력을 유지하며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운동의 포인트며 테니스 탁구 아령 철봉 등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 양인은 마음의 휴식, 음인은 운동을 겸한 휴식이 최고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태양인은 업무시작 전에 마음의 평안을 찾는 휴식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가, 단전호흡, 음악감상 등으로 아침을 열면 하루가 여유롭다.
매사에 적극적인 소양인은 아침에 가볍게 목욕을 하거나 업무시작 전에 에세이 등을 읽어 마음을 편하게 하면 하루를 무난하게 보낼 수 있다.
태음인은 저녁 시간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스타일이어서 성인병에 많이 노출되는 체질이다.
태음인은 휴일 아침에는 조금 늦잠을 자고, 오후에 정기적으로 농구 축구 등을 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소음인은 체력이 약해 기운이 한 곳에 뭉쳐 병이 생기기 쉬우므로 요가 단학 선무도 등 정적이면서도 사지의 기운을 순환시켜 주는 운동이 적합하다.
주말에는 여행 등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도움말=조영 자생한방병원 사상체질클리닉 과장(한의사),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