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여파로 창업시장이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월별 창업추이를 보면 이같은 창업감소 현상이 한눈에 나타난다. 지난해 1월 3천1백89개에 달했던 신설법인은 3월 2천6백55개, 6월에는 2천2백12개로 떨어지더니 9월에는 2천개이하인 1천8백35개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창업이 위축된 것은 경기 불황과 함께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탓으로 풀이된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중소기업 가동률이 70%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좀처럼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부도와 휴ㆍ폐업이 급증하자 창업의욕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특소세 인하 등 정부의 내수 진작 조처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도 창업시장 못지 않은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해를 보냈다. 외환위기 때보다 경영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대다수일 정도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달 중소기업경기전망 건강도지수(SBHI)가 86.9로 지난해 12월(87.6)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기협 관계자는 "신년 초에는 회복기대감으로 지수가 상승해야 하는데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올해도 중소기업경기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모 기업의 납품단가 깎기, 어음발행 증가, 판매대금 결제기일 장기화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해 11월말까지 부도 업체 수는 4천8백76개에 달했다. 이미 지난 2002년 한해동안의 4천2백44개를 넘어선 것이다. 월평균 4백~5백개 기업이 부도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불투명하다.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앞으로 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한해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경기침체 때문에 중소기업인들의 의욕이 땅에 떨어졌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승승장구하며 꾸준한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력난과 자금난, 내수위축 등으로 기업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는 극한 상황 속에서 '불황을 이겨낸 고성장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속적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하면서 핵심사업에 집중했다는 점. 신규 유망분야를 유행처럼 좇지 않고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점이 고성장의 비결이 된 것이다. 'Tank Man'을 개발한 두합크린텍은 경쟁업체들이 고가시장에 주력하고 있을 때 보급형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점이 95년 설립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하게 된 요인이다. 또한 비비비솔루텍은 사용자의 체질과 공간에 따라 방마다 따로따로 최적의 난방온도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무선 각방 온도조절 시스템을 개발, 연 320억 원에 달하는 관련시장에서 독보적인 철옹성을 구축한 무선 솔루션개발 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대상정보기술도 내실경영을 고집하며 외형성장보다는 이익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결과 연 매출액 20억~30억원 규모의 SI 업체가 전체의 90%를 넘는 현실에서 연 매출 500억 원에 가까운 'Leading Company'로 성장했다. 이들 주목받는 성장기업들의 사례는 기업이 초고속 성장을 하는 데는 반드시 외형이 거대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통점은 시장 수요를 정확히 읽고 제 때 제품을 출시하는 신속성과 차별화 된 제품 및 아이디어로 한 두개 품목에 주력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 업체의 대다수 CEO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욱 힘든 한해를 보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개발이나 생산자동화 같은 어느 특정부문에서만이 아니라 기업경영 전반에 걸친 대수술의 아픔을 이겨낸 결과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최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새해 모든 정책의 기조가 '중소기업인 기(氣)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부가 '기술혁신촉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 주요골자는 그동안 '벤처'에 치중됐던 중소기업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노비즈(INNO-BIZ)로 이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노비즈란 이노베이션 비즈니스(Innovation Business)를 줄인 말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설정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말한다.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기를 원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 군으로 발전을 거듭, 고속으로 성공가도를 질주하는 차세대 유망 성장기업들. 그들의 '아주 특별한 서비스 현장' 속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