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6백명 대 3백명.' 지난 97년 충남 대산단지의 현대석유화학은 2기 NCC(나프타분해공장)를 준공했다. 1,2기 공장의 생산능력이 연산 45만t(폴리에틸렌 기준)으로 같았지만 직원수는 1기가 2천6백명인데 반해 2기는 3백명으로 충분했다. 관리인력 절감 덕도 있었지만 생산ㆍ제어기술 발전 덕에 '사람'이 필요 없어진 때문이다. 벌써 7년 전 일이니 지금은 공장에서 더욱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1백여만개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국내에선 산업공동화로 10만여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기술발전과 산업공동화로 인한 '일자리 없는 성장'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최대 화두다. 올해 6%대 고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박 총재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새해 들어 연일 초강세이던 미국 증시가 지난 주말(9일) 급락한 것도 일자리가 늘지 않은 때문이었다. 이번 주에는 일자리 문제를 다같이 고민했으면 한다. 따라서 통계청의 '2003년 고용동향'(15일)을 통해 고용의 질과 일자리가 얼마나, 왜 줄었는지 따져보자. 정부가 공식 실업률 3%대를 강조한다면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총리 주재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 및 물가대책 장관회의(14일)에서 연초부터 들먹이는 물가와 일자리 감소 등 서민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대해본다. 지난주 검찰의 압수수색 리스트에 한화와 대우건설이 추가됐다. 검찰은 설 이전에 기업인 소환조사를 끝낼 방침인 만큼 이번주에는 기업인 소환 리스트를 점검해 봐야겠다. 모두들 걱정했던 LG카드 사태는 그럭저럭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직원 절반 감축계획으로 노사갈등이 첨예한 외환카드는 괜찮을까 걱정이다. 3월 출범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사장 인터넷 공모가 17일 마감된다. 항간의 소문처럼 특정 관료출신을 낙점한 채 치르는 요식행위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오로지 '총선 앞으로'인 정치에는 별로 기댈게 없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가장 방어적인 통상수단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조차 불가능한 '불임(不姙)정치'에 뭘 더 기대하겠는가. FTA 등 농정현안 브리핑(14일)에 나설 농림부 장관이 안쓰럽다. 민족 명절인 설이 열흘 앞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영 기분이 안 났듯이 가라앉은 분위기는 여전하다. 서민들이 설 차례상에 쇠고기라도 마음놓고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