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혁신의 현장] (6) 제일모직 여수공장 ‥ '개선제안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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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여수공장 생산1팀 방순극 과장의 명함에는 '능률협회 선정 한국 제안 명인'과 '2002년 여수시 신지식인'이라는 타이틀 두 개가 더 적혀 있다.
명함에 적힌대로 제안 부문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은 없다.
방 과장이 그동안 회사에 낸 제안은 모두 6천여건.
지난 1989년 고등학교 졸업 직후 입사했으니 14년간 매년 4백30건씩 제안을 해 댄 셈이다.
물론 제안만 많이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채택돼 효과를 발휘한 원가절감 액수가 85억원에 이른다.
지난 2002년에는 세계 TPM(전사전생산관리) 대회에서 개인부문 대상도 받았다.
인조대리석, 모니터ㆍ휴대폰용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는 제일모직 여수공장은 생산직 사원들의 제안으로 설비와 생산성을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1인당 월 3건씩 제안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보통 1인당 15건씩 제안이 들어온다.
이 제도를 시작한 1997년에는 전체 제안건수가 1만6천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9만2천8백여건으로 늘어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진리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전적인 보상도 뒤따른다.
2주에 한번씩 제안 검증 위원회를 열고 각 제안을 그 효과에 따라 특급, 1급, 2급 등으로 나눈다.
특급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3백만원.
1급은 2백만원, 2급은 1백만원 등이다.
공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제안이 제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기계마다 설치된 계기판 눈금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점검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계기판을 한 군데 모아놓은 것.
역시 제안의 결과다.
성능 저하시 설비의 전원을 끄지 않고 운전중 점검할 수 있도록 해 시간 낭비 요소를 줄인 것도 사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결과다.
이같이 크고 작은 제안들로 제일모직 여수공장이 지난해 거둔 원가절감 효과는 3백95억원.
1997년의 68억원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연히 생산실적도 향상돼 합성수지의 생산량은 지난해 88만8천t으로 97년(44만5천t)에 비해 두배가량 늘어났다.
돈 한푼 안들이고 공장을 하나 더 세운 효과다.
숫자로 파악할 수 없는 사원 교육효과도 크다.
제안을 위해서는 설비 구석구석을 샅샅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곳 생산직 사원들은 자신의 설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다.
"현장 사원들을 대졸 수준의 엔지니어로 만든다"는 안형규 공장장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셈이다.
"화학공장 직원들은 보통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죠. 하지만 저희 공장 직원들은 모두 자신이 주인이고 사장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혁신활동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마인드입니다."(안형규 공장장)
지난 1998년 부임한 안 공장장은 그동안 6백여회의 '탑진단'(공장장의 현장 상황 진단)을 통해 사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처음에는 사원들이 공장장을 보면 슬슬 피하고 도망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자신의 제안 활동을 자랑하거나 공장장의 아이디어를 물어보기 위해서 '공장장님! 커피 한잔 합시다'라고 말을 거는 사람이 더 많아요. 혁신에는 톱(공장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김준수 기술팀장)
물론 개선 제안 시스템에 대한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99년 노사협의회장 후보였던 김희곤씨가 "개선 제안 시스템을 없애 업무로드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
그러나 그는 당선 후 3개월 동안 톱진단을 따라다녀보면서 사원들이 이 제도를 좋아하고 있고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협의회장에서 물러난 현재 6시그마 추진팀에서 일하고 있다.
여수=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