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LG카드 사태가 벼랑끝에서 극적으로 일단 해결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감독당국은 물론 채권단과 LG그룹 모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카드 사태가 남긴 교훈은 많다. 당장은 '관치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사실 이번 사태의 기획과 연출은 처음부터 정부와 감독당국이 맡았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작년 11월17일 김진표 부총리는 긴급 은행장 회의를 소집,'LG카드 살리기' 작업을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정부와 감독당국은 '정부가 결정하면 은행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과거의 관치'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는 1차 정상화 방안이 발표된 작년 11월24일만 해도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웬걸. 채권단이 쏟아부은 2조원이 순식간에 바닥나면서 정부와 감독당국은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삼정KPMG의 실사 결과가 나오기 이틀 전인 작년 12월16일 LG카드 매각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후 '자본잠식 3조2천억원'이라는 실사 결과가 나오자 인수후보였던 하나은행과 우리금융은 발을 빼버렸다. 이후부터 새로운 관치의 개념이 모색됐다. 정부는 '시장(채권단)과 살아있는 기업(LG그룹)의 힘'을 절감하면서 굴욕적이지만 이들과 타협을 시도하게 된다. 결국 채권단에 '추가부담은 없다'는 보증수표를 써주게 된다. 일찌감치 손실분담의 주체에서 제외됐던(그래서 일이 더욱 꼬이게 됐던) LG그룹에 대해서도 '읍소반 협박반'으로 추가부담이라는 양보안을 가까스로 얻어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가 시장과 기업을 파트너로 인식해 융통적으로 협상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관치'라기보다는 '바람직한 관치'의 개념이 정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