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제조업은 물론 인터넷 금융 통신 등 비(非)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존 '빅3 구도'가 무너지고 선두 업체와 2,3위 업체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1강(强) 2중(中)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수출과 내수간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04년 국내 10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꼽은 올해 10대 트렌드는 △1강2중 체제 심화 △경기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 △부동산 거품 수축과 가계부실 진통 △디지털 영상시장의 빠른 확대 △'웰빙(well-being) 소비' 확산 △고속교통망 개통에 따른 전국 반일(半日)권 시대 개막 △사회갈등 봉합 조짐 △정국 혼선과 경제부담 △불안정한 남북한 관계 △재난 및 질병대책 부심 등이다. 우선 업종별로 선두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가 위축될수록 1위 업체가 독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국내에서는 내수경기가 꺾인 지난 2002년 하반기부터, 세계적으로는 2001년부터 1위 업체와 다른 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000년 1.1배에서 지난해에는 1.5배로 확대됐고 휴대폰시장 선두업체인 노키아와 2위 모토로라 간 격차도 같은 기간중 1.4배에서 2.3배로 벌어졌다. 이처럼 1위 업체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2위 이하 업체들은 구조조정과 전략 차별화에 나서게 될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경기양극화'도 올해의 주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지목됐다. 수출은 올해에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이 예상되지만 소비와 설비투자는 가계부실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간 양극화도 심화돼 정보기술(IT)산업은 올 한해 12%가량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반면 비(非)IT 산업의 성장률은 3%선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같은 양극화 현상과 각종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고용 없는 성장이 불가피하며 이는 향후 국가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치ㆍ사회적으로는 '4ㆍ15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혼돈의 정국이 전개되고 불안한 노사 관계는 관련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조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디지털방송과 DMB(디지털미디어방송), 3세대 이동통신, 휴대 인터넷 등 디지털 영상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웰빙' 소비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