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17대 총선은 정치권에대한 사상 최악의 국민적 불신속에서 `3김' 이후 다원화된 정치 주체들이 한국정치의 새 판도를 놓고 겨루는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여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 등 초특급 뇌관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 등으로 기존의 선거양태와 판이한 `게임의 룰' 속에 치러질 이번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정국의 흐름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의 의미와 함께, 노 대통령이 총선을 `재신임'과 연계시킬 경우 선거전은 지난해 대선의 재판(再版)인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간 대결양상으로 비화될 개연성이 높다. 벌써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1년에 대한 심판의의미를 총선에 부여하고 있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제1당이 되지 못할경우 노 대통령의 잔여 4년 임기가 `식물정권'으로 전락할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속에 모든 것을 던지는 `올 인 전략'을 펼 것으로 보여 양측의 명운을 건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야권은 노 대통령이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시킬 경우 `직접적 선거개입'이라며 공격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조순형(趙舜衡) 민주당 대표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신임은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야할 문제이며, 이를 총선과 연계시킬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단적인 예다. 반면 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며 사실상 일정정도 선거에 관여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고, 이는 재신임 문제와의연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총선구도는 더욱 선명해 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선거전 와중에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 문제가 정국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할 경우에는 대통령에 대한 측근비리 수사와 맞물려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당이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 열풍과 중진용퇴론, 텃밭 공천 물갈이 등으로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도 선거전의 중대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수사와 공천갈등으로 내홍이 고조되고 있고, 급기야분당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어 선거전에 정치지형이 급변하면서 5당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마저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노 대통령의 집권 2기 청사진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우리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경우 여권은 집권 중.후반기 운영을 안정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추동력을 확보하게 되고, 최소한 개헌 저지의석인 원내 3분의 1을확보하게 되더라도 다른 정파와의 연합 등을 통해 한나라당에 의회권력을 넘기는 상황은 모면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한나라당이 과반을 획득하거나 여당이 3분의 1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게 될 경우, 선거후 정국은 급격히 요동치면서 정국의 유동성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의회 지배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되고, 당장 야권이 노 대통령을 향해 당선 직후 약속했던 `원내 과반 정당 또는 정당연합에 내치를 맡기는 책임총리제'이행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그동안 총선을 앞두고 `권력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숨죽여왔던개헌논의도 본격화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호남의 패권을 차지하면서 수도권에서도 의미있는 의석을 차지하거나,자민련이 정국의 캐스팅 보트를 쥐는 상황이 되면 개헌을 둘러싼 각 정파간 협력.제휴 움직임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선거에서는 지난 16대 총선부터 낙선.낙천 운동을 주도하는 등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단체들의 `당선운동' 예고 등이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며, 기존 정당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속에 `무소속 돌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