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나이가 있다고 한다.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 건강수준을 재는 '생물학적 나이'(세포 나이)에다 지위ㆍ서열의 '사회적 나이', 대화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정신적 나이', 지력(知力)을 재는 '지성의 나이'가 그것이다. 해가 바뀌면서 누구나 달력의 나이는 앞으로 한 살, 생물학적 나이는 뒤로 한 살 더 먹었을 테다. 사회적 나이가 별로 나아질 게 없다면 개개인과 국내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분야의 정신적 나이와 지성의 나이를 높이는 한 해가 됐으면 싶다. 사실상 2004년을 시작하는 한 주다. 장ㆍ차관들은 연일 신년인사 다니느라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경제부총리는 6일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와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한다. 산업자원부 장관은 8일에만 세 곳(석유화학, 중소기업인, 섬유산업) 등 일주일새 여섯 곳이나 신년인사회를 뛰어야 한다. 하지만 인사는 짧게 끝내는게 좋을 것 같다. 주초부터 현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때문이다. 우선 6일부터 핵 과학자를 포함한 미국 대표단이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다. 미국 정부는 민간차원이라며 격을 낮추고 있지만 2년을 끈 북핵문제의 해법이 이라크(후세인)식일지, 리비아(카다피)식일지를 가름하는 열쇠로 주목된다. 김진홍 특별검사팀은 6일부터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 들어간다. 대통령의 '10분의 1', '리무진과 티코' 발언에다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국민성이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따른 기업인 소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는 만큼 요란하지 않은 수사를 기대해 본다. 연간 계획을 짜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정부는 물가대책차관회의(7일)에서 물가대책을 조율하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8일)에서 올해 통화정책 방향과 3% 안팎의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제시한다. 아울러 주목할 발표자료도 많다. '12월말 기준 외환보유액'(5일), '올 재정집행계획', '11월중 서비스업 활동동향'(이상 7일), '12월 소비자전망 조사', '주요 업종별 전망', '12월 기업경기조사'(이상 8일) 등은 챙겨볼 필요가 있다. 새해 덕담 한마디씩 하느라 휴대폰, e메일이 폭주했다. 재작년엔 모 카드사 CF덕에 '부자되세요', 작년에는 로또 열풍에 '대박 터뜨리세요'가 덕담으로 회자됐다. 올해 덕담은 뭘까. 대통령은 "(총선을 치르는) 4월까지는 많이, (17대 국회가 구성되는) 6월까지도 좀 시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세상, '여러분! 편안하세요'로 덕담을 삼고 싶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