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기습적인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이 강력 반발,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일본과 중국과의 외교정책 조율에 마찰이 빚어져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1일 오전 11시30분께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참배한뒤 헌화료로 3만엔(약 30만원)을 냈다. 그는 양복을 입었던 지난 방문때와 달리 일본 전통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4월 취임 후 한국 중국 등 주변국 반발에도 불구,야스쿠니를 매년 참배해 왔으며 이번이 네번째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지금 살고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쳤던 분들의 희생에 기초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참배했다"면서 "어느 나라에서든 역사 전통 습관 등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민,공산당 등 일본 야당들은 "일본은 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반성의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 2일 오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신사참배에 대한 한국정부의 유감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외교통상부는 전날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야스쿠니신사를 더 이상 참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정치권도 즉각 비난 성명을 내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은 그들이 말해온 '참회와 사죄'가 한낱 허구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고이즈미의 신사참배에 대한 '강한 분개'를 전달하기 위해 하라다 지카히토 베이징 주재 일본 대리대사를 소환했다. 국영 신화통신은 "중국정부는 강한 분개를 표명했다"며 "고이즈미는 중국인과 아시아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신사참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용화 일본주재 중국 임시대리대사도 일본 외무성 야부나카 미토지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방문,중국 정부의 항의의 뜻을 공식 전달했다. 청용화 대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중국과 일본간 역사문제 중 가장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네번째 참배한 것은 중국인의 민족 감정에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